이스라엘, 하마스에 이어 헤즈볼라 수장까지 암살… 시선은 이란에

입력
2024.09.28 18:23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으로 수장 사살" 발표
무선호출기 폭발에 이어 대규모 공습 지속
하마스 지도자 암살에 이어 헤즈볼라 수장까지
'저항의 축' 맹주 이란 추후 조치에 시선 집중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을 받고 사망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를 암살한 데 이어 헤즈볼라의 수장까지 사살하면서 이제 전 세계의 눈길은 이란에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군 "나스랄라 비롯한 지도부 일부 사망"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정밀 공습으로 나스랄라가 사망했다"며 "나스랄라를 비롯한 헤즈볼라의 남부 전선 사령관 알리 카라키 등 지도부 일부도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스랄라가 더 이상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헤즈볼라의 전략적 리더인 나스랄라는 재임 동안 수많은 이스라엘인들을 살해하고 테러 활동을 실행한 책임이 있다"고 부연했다. 헤즈볼라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전날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에 위치한 헤즈볼라 본부를 정밀 공격했다. 이튿날인 이날 새벽에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를 비롯한 곳곳을 강타, 공습을 이어나갔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까지 최소 6명이 사망하고 9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IDF는 전날 공습 이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지하에 위치한 헤즈볼라 본부를 공격했다"며 "이스라엘 전투기가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미사일 부대 사령관 무함마드 알리 이스마일과 부사령관을 비롯해 다른 사령관과 테러리스트까지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8일에는 "추가 공격으로 헤즈볼라 은닉 무기고로 추정되는 민간 건물을 추가로 폭격했다"고 덧붙였다.

나스랄라는 32년간 헤즈볼라를 통치하고 있는 인물로, 헤즈볼라를 '세계에서 가장 잘 무장된 비국가 행위자'로 키워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헤즈볼라 대규모 공습 이어가는 이스라엘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충돌은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은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17, 18일에는 레바논 전역에 '무선 호출기(삐삐)·무전기(워키토키) 폭발' 테러를 감행했고, 23일에는 '북쪽 화살들'이라는 작전명으로 헤즈볼라 시설 약 1,600곳을 타격, 사흘간 공습을 이어 갔다.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이후 최대 공습이다.

헤즈볼라 지도부에 대한 표적 공습도 이어지고 있었다. 24일에는 헤즈볼라의 미사일·로켓 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무함마드 쿠바이시가, 20일에는 '헤즈볼라 2인자'로 불리던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이 사살됐다.

이스라엘은 전쟁 의지를 꺾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6일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에 도착한 뒤 취재진에게 "모든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헤즈볼라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국 프랑스 등이 '이스라엘·헤즈볼라 21일간 휴전' 구상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한 것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저항의 축' 맹주 이란 움직임에 이목 쏠려

이제 이란의 움직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게 됐다. 이란이 배후에서 지원하던 '저항의 축'(반(反)이스라엘·미국 진영)의 핵심 인물인 헤즈볼라의 수장이 사살되면서, 맹주인 이란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7월 31일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 차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 중인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하기도 했다. 이란은 당시 보복을 천명했지만, 아직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