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11년 만에 코보컵 우승... 풀세트 접전 끝에 대한항공에 3-2 승리 거둬

입력
2024.09.28 17:37
1세트 초반 크게 흔들렸지만
주장 허수봉, 아쿼 신펑 등 필두로 분위기 반전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11년 만에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컵대회)' 왕좌를 탈환했다. 구단 통산 5번째 우승이다.

현대캐피탈은 28일 경남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2(15-25 25-23 19-25 25-19 15-13)로 제압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현대캐피탈이 컵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승리로 구단 통산 5번째 우승을 거머쥐며 대한항공과 함께 컵대회 최다 우승 1위에 오른 데 이어 앞서 조별리그에서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던 아쉬움까지 떨쳐냈다.


이날 경기에선 양 팀 모두 최상의 전력으로 5세트 마지막까지 치열한 승부를 겨뤘다. 대한항공은 한선수, 곽승석을 모두 선발 출전시켰고, 현대캐피탈도 주장 허수봉을 포함해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레오, 아시아쿼터 신펑(중국) 등을 앞세웠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 초반 7점을 먼저 내어주는 등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2세트부터 반전에 성공했다. 전날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삼성화재와의 준결승을 풀세트 접전으로 치르면서 체력소모가 상당했던 데다 이번 대회 준결승까지 4전 전승으로 치고 올라온 대한항공을 상대로 긴장감이 풀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순간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 건 허수봉이다. 이번 대회 내내 엄청난 기량을 내뿜어 온 허수봉은 이날 대한항공의 요스바니와 함께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1득점을 기록했고, 대회 최우수선수(MVP) 상까지 휩쓸었다. 허수봉은 경기를 마치고 "1세트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우리 팀답지 않게 범실도 많이 나오고, 리시브도 많이 흔들렸는데, 2세트부터 선수들과 '후회 없이 해보자'는 얘기를 많이 하면서 정비한 덕분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MVP는 생각도 못했는데 받게 돼 너무 기쁘다"며 "상금은 모두 회식비로 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올 시즌 새롭게 영입한 신펑도 팀에 완전히 녹아들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신펑은 이날 허수봉 다음으로 많은 17득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2001년생 신펑은 2m04㎝에 달하는 큰 키로 전위와 후위를 고루 오가며 득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56%에 달했다. 신펑은 데뷔전에서 우승까지 하게 된 데 대해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 뒤 "관중들 분위기가 좋아 힘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로 이준협의 가능성도 엿봤다. 이준협은 2022~23시즌 드래프트 수련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지만, 한 달 여만에 정식계약을 체결하며 프로 등판에 성공했다. 그간 정규리그에선 26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전 경기 출전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덕분에 이번 라이징 스타에 꼽히는 영광을 안았다.

컵대회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엿본 현대캐피탈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범실은 정규리그에 앞서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범실이 39개에 달했다. 대한항공의 25개에 비하면 지나치게 많은 수준이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아직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승리를 누리고자 한다"면서도 "천안에 돌아가면 부족한 부분들을 메우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통영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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