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이 배우 설경구를 우연히 음식점에서 만났을 때, 두 사람은 모두 신인이었다. 허 감독은 아는 배우가 없었고, 설경구는 아는 감독이 없었다. 당시의 인연을 이어오던 두 사람은 '보통의 가족'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허진호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영화 '보통의 가족'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보통의 가족' 원작 소설은 '더 디너'다. 허 감독은 "'더 디너'는 영어 제목이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영화) 제목을 '저녁식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반어적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여러 제목이 나왔는데 그중에서 '보통의 가족'을 하게 됐다. 만들면서 '인물들이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에게 '나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여러 의미를 갖고 있는 제목이 좋았다"고 전했다.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허 감독은 "재완(설경구)은 실리를 추구한다. 이기적이고 돈이 가장 중요한 사람일 수 있다. 좋은 집에 사는 게 삶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완을 연기한 설경구는 허 감독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음식점에서 만나 갑자기 친해졌다. 당시 설경구도, 허 감독도 신인이었다. 과거를 떠올리던 허 감독은 "일본에서 만났는데 술을 꽤 많이 마셨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오던 허 감독과 설경구는 '보통의 가족'을 통해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됐다.
허 감독은 김희애의 팬이었다고 밝혔다. "군대 갔을 때 브로마이드로 (김희애를) 봤다. 워낙 좋은 배우다. 연경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느낌을 잘 표현했다. 작업하면서 좋았다"는 것이 허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김희애에게) 편한 모습도 있었다. (함께 하는 작업이) 너무 재밌었다"고 이야기했다.
'보통의 가족'은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바 있다. 허 감독은 "영화제에 갔을 때 정신 없었다. 새벽에 깼는데 박찬욱 감독의 문자가 왔다. '평이 좋다'더라. 토론토국제영화제 트레일러를 틀어줄 때 박찬욱 감독이 나온다. '나도 네 얼굴 봐서 좋았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이) 문자를 보내주니 고마웠다"고 밝혔다.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의 모습에 기쁨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2019년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선보였던 허 감독은 '보통의 가족' 개봉을 앞둔 지금 "5년 만에 다시 영화를 갖고 관객들을 만난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영화의 장르가 다양해지면 좋겠다. 우리 영화가 잘 되면 이런 영화가 또 나올 수 있다. 다양한 영화가 나오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 우리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보통의 가족'은 다음 달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