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성 지방간(대사 이상 지방간)’은 전 인구의 25% 정도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아주 흔한 질환이다.
지방간은 지방이 간 전체 무게의 5%를 넘긴 상태다. 지방간은 흔히 과음해 발생하는 ‘애주가 질환’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당뇨병·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 질환에 관련돼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80%다.
식생활 서구화로 고열량 음식을 과다 섭취하거나 운동 부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근감소성 비만은 근육량·근력·근육 기능이 모두 줄어드는 데다 비만까지 발생할 때를 말한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비만이나 내장지방, 잘못된 식생활 특히 탄수화물을 포함해 과도한 칼로리 섭취가 지방간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비만·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을 앓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지방간을 앓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30% 정도는 만성 간염·간경변·간암뿐만 아니라 심뇌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젊은 성인에서의 급성 심정지 위험 인자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20~30대 젊은 성인이 지방간이 있으면 급성 심정지가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메타볼리즘(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에 실렸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9~2012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20~39세 성인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체질량지수(BMI)·허리둘레·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GT)·중성지방 수치를 통해 지방간 지수를 계산해 지방간 유무를 파악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지방간 지수가 30 미만일 때 정상, 60 이상일 때 예측되는데, 연구팀이 539만 명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그중 15.5%가 중등도(30~60), 10%가 고도(60 이상)의 지방간 지수를 보였다.
대상자들의 평균 9.4년간 데이터를 추적 연구한 결과, 지방간 지수가 중등도인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급성 심정지가 발생할 위험이 15% 증가했다. 지방간 지수가 고도인 그룹에서는 위험도가 55%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일 교수는 “20~30대 젊은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이 고도의 지방간 지수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의 급성 심정지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최 교수는 “기본적으로 젊은 성인이 고령인보다 급성 심장사 발병률이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젊은 성인에서의 지방간과 관련한 급사는 중요한 보건학적 문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급성 심정지 위험의 직접적인 증가뿐만 아니라 지방간이 심정지의 공통위험 인자인 대사증후군과 심혈관 질환 발병·진행 위험성을 높여 급성 심정지가 발생할 위험이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