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불인증 판정 전에 1년 이상의 보완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의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올 연말부터 의평원 평가·인증을 받아야 하는 30개 의대의 무더기 불인증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교육부가 25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의료과정 운영학교의 평가·인증에 대한 특례 신설이 담겼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의대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교육 여건이 저하되는 경우 인정기관이 불인증을 하기 전 1년 이상의 보완기간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된 상황이어서 대규모 재난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규정이 개정되면 연말 의평원 평가·인증을 받아야 하는 30개 의대는 불인증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다. 의평원은 오는 11월부터 증원된 30개 의대에 대해 교수 채용, 시설 확충 등 49개 기준에 따른 평가·인증에 착수한다. 하지만 해당 의대들은 증원에 따른 교수와 시설 확충을 하지 못해 인증에서 탈락할 우려를 제기해왔다.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는 졸업생 의사 국가시험 응시 제한과 신입생 모집 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다.
개정안에는 의평원이 평가·인증 기준 변경 시 교육 당국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갔다. 앞서 의평원은 세부 기준을 정하면서 교육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지금은 평가·인증 기준이 변경돼도 사전예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개정안에는 평가·인증 기준, 방법, 절차 등이 변경되는 경우 최소 1년 전에 확정해 평가·인증 대상 학교에 알리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평가·인증 기준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경우 사전에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할 수 있는 근거도 추가됐다.
의사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성명을 내 "의대 불인증에 따라 발생하는 의대생 국시 지원 제한 등의 문제가 예상되자 정부가 의평원의 평가·인증 자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의학 교육의 질 관리를 포기하고 의사 양성을 막겠다는 비상식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