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선출됐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후보 9명이 난립한 1차 투표에서 '여성 아베'로 불리는 강경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장관에 이어 2위로 결선에 올라 과반 득표를 얻는 역전극을 연출했다. 집권당 총재가 총리에 오르는 관례에 따라 이시바 신임 총재는 내달 1일 의회에서 102대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그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취해온 터라 이시바 차기 총리의 행보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이시바 차기 총리는 아소 다로나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시절 선거 패배 등을 이유로 퇴진을 요구하는 등 직설적 언변으로 유명하다. 이 바람에 12선 의원 경력이나 방위장관 등 풍부한 내각 경험에도 불구하고, 비주류로 당내 지지 기반이 약했으나 정치자금 스캔들 등으로 위기에 빠진 자민당을 건져낼 구원투수로 낙점받았다. 특히 당내 보수우익 강화 분위기와 달리 이시바 차기 총리는 역사인식에서 궤를 달리해 왔다. “위안부 문제에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거나 아베 내각 시절 한일관계 파탄 상황에 대해선 “일본이 패전 후 전쟁 책임을 마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비판하는 등 전향적 자세를 취해왔다. 더욱이 한일협력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온 만큼 발전적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그는 앞서 후보 기자회견에서 "윤 정부와의 신뢰관계를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간 한미일 3각 협력 기조하에서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에 비해 기시다 후미오 현 내각의 호응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터다. 이시바 내각이 강제징용 문제 등 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과거사 현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중요하다. 물론 자민당 내 강경보수 기류가 여전한 상황에서 비주류적 한계를 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의 진전과 과거사 문제가 따로 가기 어려운 한일관계 속성상 일련의 강경보수 내각 흐름에서 모처럼 들어서는 온건파 차기 총리에게 거는 기대감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