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미얀마 군정, 쿠데타 후 첫 대화 제안… 평화 찾아올까

입력
2024.09.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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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진영 반군 세력 “고려 가치 없다” 선긋기 
총선용 명분 쌓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 분석도

미얀마 군부가 소수민족 무장단체 등 저항 세력에 돌연 휴전과 대화를 제안했다. 지난 2021년 2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유화 메시지다. 반군의 거센 공세로 수세에 몰리자 ‘숨 고르기’에 나섰다는 관측과 함께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군 총공세와 자연재해 ‘이중고’

2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은 전날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시민방위군(PDF) 테러리스트 등이 국가에 맞서 싸우는 테러 행위를 포기하고 평화 회담에 나서기를 요청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분쟁으로) 사회 기반시설과 많은 생명을 잃었고, 안정과 발전이 가로막혔다”며 “소통을 통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군부가 반군 진영에 대화 카드를 꺼내든 것은 쿠데타 이후 3년 반 만에 처음이다.

갑작스러운 제안은 군정이 처한 절박함을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이후 민주 진영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군조직 PDF와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합동 공격에 나서면서 군부는 연일 수세에 몰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태국과 국경을 접한 경제 도시 미야와디 등 요충지를 반군에 내줬고, 최근에는 수도 네피도와 제2 도시 만달레이까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설상가상 자연재해까지 덮치면서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달 초 태풍 ‘야기’가 불러 온 홍수와 산사태로 미얀마에서만 최소 400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간 각종 인도주의 위기 속에서도 국제사회 도움의 손길을 무시했던 군정이 이례적으로 외국에 지원을 요청할 정도다. 잇따르는 악재에 휴전이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가능성 희박, ’명분 쌓기 불과’

그러나 이번 제안이 실제 ‘평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반군 측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남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수민족 무장단체 카렌민족연합(KNU)은 △향후 군부의 정치 참여 배제 △연방 민주주의 헌법 제정 △군부 전쟁 범죄 처벌을 대화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동의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정치·군사적 압력을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 진영 임시 정부와 바마르 인민 해방군 등 다른 저항 세력도 “고려할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때문에 애초에 군정이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대화를 반군 측에 요청한 것은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 묘 헤인 미국평화연구소 선임고문은 로이터통신에 “군정은 내년 총선을 실시하려고 시도하는데, 이를 앞두고 자신들은 모두가 참여하도록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주려 이번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군부가 저항 세력을 ‘테러 단체’라고 명시한 점도 화해에 나설 의도가 없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많다. 묘 헤인 고문은 “(미얀마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이 (군정이 반군 측에) 대화 제안을 하도록 독려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북부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전투가 격화한 지난 11월에도 중국 정부 중재로 양측이 대화 테이블에 앉기는 했다. 다만 뾰족한 성과는 없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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