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원자력 사용 감독을 총괄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수장이 "북한은 사실상(de facto) 핵 보유국"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과) 반드시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까지 공개하며 '핵 보유 역량'을 과시하자 신속한 대응을 재차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은 매우, 매우 견고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정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 13일 북한이 공개한 HEU 제조 시설 사진을 IAEA가 분석한 결과 북핵 개발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로시 총장은 "13일 공개한 사진은 북한이 방대한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그럼에도 북한은 기본적인 국제 핵 안전 기준 측면에서 어떠한 감시도 받지 않는 유일한 국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개발 역량에 비해 국제사회 감시 수준이 너무 낮고, 따라서 불안하다는 의미다.
특히 그로시 총장은 그간 북핵 도발에 '무시'로 대응해 온 국제사회 전략이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로시 총장은 "(대화 중단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매우 정교하고 외교적인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P는 "그로시 총장이 '세계가 반드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로시 총장은 북한을 '공식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이날 발언이 자칫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자는 취지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보인다.
AP는 "그로시 총장이 '북한 핵 프로그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및 핵확산을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에 핵 개발 중단 압박을 반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로시 총장의 부연과 별개로 '북한 비핵화 포기' 논란은 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자국 외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에 적용되는 '비핵화'라는 용어는 모든 의미를 잃었다"며 "우리에게 이것은 '종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근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 6월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뒤 북핵 보유를 사실상 공식 용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