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KUS 동맹의 핵잠공유와 한국 국방개혁

입력
2024.09.30 00:00
22면

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미·영·독 국방차관의 한국 국방개혁 평가
상호운용성 유지하며 신속한 개혁 주문
국방개혁, 안보협력의 새로운 수단 가능

올해로 13회를 맞은 '서울안보대화'가 9월 11일~12일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60개 이상 국가에서 장·차관급 인사들이 참가하였고, 그 규모에 어울리게 우리 안보에 직결되는 많은 중요한 의제가 다루어졌다. '국방개혁'이 본회의 주제로 다루어져, 미국 영국 그리고 독일의 국방 차관들이 패널로 참가하였고, 필자가 그 사회를 맡아 보았다.

우리 역대 정부들은 예외 없이 국방개혁을 중요 국정 과제로 추진했다. 따라서 지난 100여 년간 국제 평화와 전쟁의 문제에서 가장 주도적이고 핵심적 역할을 해 왔던 3개 국가의 고위급 국방 지도자들이 국방개혁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매우 궁금하였다.

우선 현시점에서 국방개혁이 왜 중요한 과제인지에 대해 문의하였는데, 이들의 답변에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서 보듯이 냉전 종식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었던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가 세계 도처에서 도전받고 있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였다. 드론을 비롯한 무인 무기, 인공지능(AI)의 무기화 등 기술의 발전을 두 번째 문제로, 그리고 전장의 개념이 사이버 공간과 우주까지 확장되는 것도 국방개혁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필자는 그런 배경에서 그들 나라가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면서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문의하였는데, 이에 대한 3국의 답변에도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국방개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방 예산은 큰 규모의 사업이 많아 필요성이 제기된 시점부터 대응 무기 체계가 현장에 전달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왔는데, 이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국방 차관은 자신들이 도입한 '렙리케이터' 사업을 소개하면서 미국은 이 사업을 통하여 통상 절차를 따르면 7년 이상 걸렸을 사업을 불과 12개월 만에 종료할 수 있었다고 성공 사례로 제시하였다.

둘째, '상호 운용성'을 고려하면서 개혁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공통적으로 제시하였다. 동맹국 간에 공동 군사 작전의 필요성이 늘고 있는데, 무기 체계가 상호 운용 가능해야 소기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므로 나토, 그리고 인·태 지역의 동맹국들이 개혁 과정에서 그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국 차관은 미·영·호주 간에 구성된 오커스(AUKUS) 동맹 사업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공급하는 제1사업 이외에도 첨단 무기 체계에 대한 이들 3개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제2사업으로 구성되는데, 제2사업과 관련 사이버,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수중 전투 능력 등에서 많은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소개했다. 또 이것이 이들 3국 간 무기 체계의 '상호 운용성'을 제고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셋째, 3국 차관들은 과도한 인명 살상 방지의 책임을 인식하면서 개혁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서울안보대화 직전에 서울에서 개최한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의 결과를 높이 평가하였다.

우리나라도 아미 타이거 사업을 포함한 군의 무인화, 기동화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방혁신 4.0을 추진 중이다. 동맹인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과 독일도 유엔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우리와의 안보협력 강화에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방개혁 추진도 이들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좋은 수단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