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없이 돌고래 빼돌려도 업체·관계자는 무죄… 시민단체 "엄벌 촉구"

입력
2024.09.27 10:30
제주지법, 업체와 관계자에 모두 무죄 선고
시민단체 "기업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수용"


제주 돌고래 체험시설이 사육 중인 큰돌고래 2마리를 또 다른 돌고래 체험시설에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체와 관계자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시민단체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제주지법 형사1단(부장 여경은)은 26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업체와 B업체 및 업체 관계자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4월 24일 서귀포시 소재 A업체 수족관에 있던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을 경남 거제시 소재 B업체 수족관으로 허가 없이 이송해 유통·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A업체는 돌고래 체험시설을 닫으면서 두 돌고래를 B업체에 기증했는데, 큰돌고래가 해양보호생물임에도 해양수산부 허가를 받지 않고 이송한 점이 문제가 됐다. 태지는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로 남방큰돌고래 방류 이후 수족관에 혼자 남게 되면서 2019년 쇼에 동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B업체에 기증됐고, 아랑은 2013년 일본에서 수입됐다.

해양생태계법 제20조에 따르면 해양보호생물은 이동이나 이식하기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핫핑크돌핀스와 제주녹색당 등은 이들을 야생생물법(환경부에 미신고)과 해양생태계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고 야생생물법 위반에 대해선 이미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당초 업체와 관계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으나, 이 사안을 고발했던 시민단체들이 항고하면서 재수사한 끝에 처벌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기소로 판단을 바꿨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불법으로 큰돌고래를 유통·보관한 것이 아니며, 양도·양수 신고도 했으나 해수부 허가 사항인 줄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해양보호생물을 보호하고 다양성을 지키려는 해양생태계법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규정은 이에 맞지 않게 돼 있어 처벌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해도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판결 뒤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가 관련 법령을 너무 소극적으로 해석했고, 기업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며 "검찰은 즉시 항소해 해양보호생물 큰돌고래 무단 이송 행위가 엄벌에 처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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