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품새 '국대' 뽑힌 17세 여고생 뒤엔 키다리 아저씨 있었다

입력
2024.10.02 11:00
13면
품새 선수권 국대 선발 이루다양
태권도 유망주이나 형편 탓 방황
CJ나눔재단 도움받아 운동 전념
“받은 도움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
'젊은이 문화 꿈지기' 자처하는 CJ,
아동·청소년부터 젊은 창작가까지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 사업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장학생, 한번 신청해 볼래?


2022년 초, 중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였다. 이루다(당시 15세)양은 평소 다니던 부산의 한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이양은 태권도(품새) 유망주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엘리트 선수 길을 걸었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대회를 휩쓴 전국구 선수였다. 모두 앞날이 탄탄하다 했지만 이양은 고민이 많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회 경비 등 이런저런 돈이 많이 들어서다. 형편이 어려웠던 이양은 돈 걱정에 운동에 전념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센터장이 CJ나눔재단이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을 지원하는 '꿈키움 장학' 프로그램 소식을 접하고 신청을 권유한 것. 얼마 뒤 발표된 30여 명 장학생 명단에는 이양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그때부터 이양은 태권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경제적 부담이 "부모님을 생각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바뀌어 이양의 어깨를 짓눌렀다. 당연히 대회 성적이 좋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장학생이 되고 나서는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CJ나눔재단이 연결해준 대학교 교수나 대학생 등 멘토들은 "부담 갖지 마라" "평소 연습한 대로 하면 된다"며 대회를 앞둔 이양을 격려하고 북돋았다. 변화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2023년과 올해, 이양이 우승(단체전 포함)한 대회만 10개에 달한다. 얼마 전에는 11월 홍콩에서 열리는 '2024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출전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이양은 "내전근 파열, 발목 골절 등의 부상이 있었는데 장학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선생님들이 사방팔방 도와주셔서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재활을 받을 수 있었다"며 "도움이 없었다면 국가대표도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학생이 되면 꿈키움 후배들의 멘토가 돼 돕고 싶다"고 했다.

기업은 젊은이들의 꿈지기가 돼야 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회공헌 철학이다. 교육 불평등이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기업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CJ그룹은 이 철학을 바탕으로 CJ나눔재단(2005년), CJ문화재단(2006년)을 설립해 꿈지기를 자처하고 있다. 단순히 기부금을 걷어 나눠주는 게 아니다. 식품·엔터·유통 등 CJ의 핵심 역량을 토대로 아동, 청소년부터 청년까지 성장 단계별로 꿈을 실현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청년 가장’ 인재로 키워 직원 뽑는 CJ


CJ나눔재단이 청년 취약계층 자립을 돕기 위해 2017년 시행 중인 '꿈키움 아카데미(꿈아)'가 대표적이다. 홀로 부모를 모셔야 하는 가족돌봄청년이나, 성년에 아동복지시설을 나와야 하는 자립준비청년 등에게 요리와 베이커리, 서비스매니저(헬스·뷰티) 분야 직업교육을 제공한다. 2023년까지 580명이 교육을 받았고 499명(86.0%)이 취업에 성공했다. 희소병을 앓는 어머니를 모시는 A씨는 꿈아 요리 과정을 거쳐 CJ프레시웨이 단체 급식 보조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출신 B씨도 넉 달 동안 꿈아 요리 교육을 받고 2023년 말부터 CJ제일제당이 서울 한남동에서 운영하는 파인다이닝 중식당 '쥬에' 조리사로 근무하고 있다.




CJ나눔재단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농어촌·섬 등 문화 소외 지역에 사는 아동·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온라인 나눔 플랫폼 'CJ도너스캠프'에 회원으로 등록된 4,000여 개 지역아동센터가 방학 기간에 맞춰 유명 관광지 탐험, 놀이공원 체험 등 야외 활동을 제안하면 재단이 비용을 지원하는 문화제안서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영화, 연극 등의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객석나눔'도 진행되고 있다. 8월 영화 '빅토리' 개봉 당시 배우들이 두 차례에 걸쳐 영화관을 찾은 아이들에게 무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배우 염지영은 "저도 CJ도너스캠프를 통해 배우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중학생 때 부상으로 축구 선수 꿈을 접고 방황하던 그는 CJ도너스캠프 청소년 문화동아리에 참여하면서 연기자 꿈을 키우게 됐다. 이는 방송·영화·음악 등 6개 분야 동아리 창작 활동을 돕는 사업이다.


인디 음악·단편 영화 인큐베이터


CJ문화재단은 인디 음악 등 비주류 장르의 젊은 창작자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크게 △인디 뮤지션을 지원하는 튠업 △신인 단편영화 감독을 지원하는 스토리업 △뮤지컬 창작자와 창작 단체를 지원하는 스테이지업으로 나뉜다. 튠업에 선정된 인디 뮤지션은 음반 제작, 홍보·마케팅, 해외 대형 공연 진출 기회 등을 제공받는다. 2010년 시작 이래 카더가든을 비롯해 멜로망스, 새소년 등이 거쳐갔다.



2022년 CJ문화재단 스토리업 지원작인 임유리 감독의 '메아리'는 5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국제영화제 라 시네프 섹션에 뽑혔다. 라 시네프에서는 영화학교 학생들이 만든 단편 영화들이 경쟁한다. 임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CJ문화재단 도움이 컸다"며 "시나리오 단계부터 멘토를 붙여 이야기를 다듬어주고 프로덕션비 지원 외에도 후반 작업 시 편집, 음향 등 완성까지 멘토링을 해줬다"고 했다. CJ문화재단은 8월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단편영화 상영회 '스토리업 쇼츠:북미'를 열고 메아리를 상영했다. 세계 영화 산업 중심지에서 신인 감독의 작품을 널리 알린 것이다.

CJ 사회공헌추진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성장 단계별 맞춤형 문화 지원을 통해 아동·청소년부터 젊은 창작자까지 꿈 실현을 위해 적극 도울 것"이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