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개 안락사 안 시킨다지만… "남는 개들 위한 현실 조치 필요"

입력
2024.09.26 20:00
정부 개식용 종식 위한 기본계획 발표에
동물단체 "남는 개들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어"


정부가 26일 '개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동물권 단체들은 남는 개들을 위한 현실 조치가 필요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46만6,000마리로 추산되는 개농장 개들의 안락사 가능성에 대해 "최대한 입양을 하게 할 것"이라며 "인도적 처리, 안락사시키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을 하는데 절대 그럴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농장주가 사육을 포기한 개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을 인수해 보호, 관리하며 이를 위해 지자체 직영 동물보호센터를 우선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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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호소 수용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도사견 등 덩치가 큰 개들의 경우 입양이 쉽지 않음을 감안하면 정부의 계획대로 남는 개들을 모두 보호, 입양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동물단체들은 "남아있는 개들의 고통을 방지하기 위해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보호조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한국HSI)은 "당장 농가에서는 추가 번식이 제한돼야 한다"며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암수 개체를 분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함에도 정부의 기본 계획은 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물해방물결도 논평을 내고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는 개의 수와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개농장(1,537개소)을 감안하면 현재 기본계획과 보호 인프라로 남은 개들의 안전을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단체는 "농장의 증입식 중단과 사육 규모 감축, 개들의 보 ·관리에 대한 계획이나 지침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며 "더 이상의 번식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개체 수 감축을 유도하는 확고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 동물권 단체들은 육견협회의 자성과 협조를 촉구했다. 동물자유연대 등 13개 단체는 "모두가 노력해도 이들을 전부 구제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는 전적으로 개식용 산업 종사자들에게 책임이 있는데 정당한 보상을 운운하며 욕심만을 앞세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육견협회는 지금부터라도 개식용 종식을 위한 과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본 계획 중 지원 기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상경 한국HSI 캠페인 팀장은 "지원 기준을 개 사육 마릿수를 바탕으로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여전히 농가에서 개의 번식을 유도하는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종식 이후 음성적인 사육과 도살을 단속하기 위한 지자체의 역할을 촉구하고 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개식용 조기 종식을 위한 관건은 어떻게 계획을 이행할 것이냐는 데 있다"며 "이를 담당하는 지자체가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인력 지원 등을 통한 행정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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