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거스를 순 없어도...여전히 존재감 묵직했던 ‘류김양’ 트리오

입력
2024.09.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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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풀타임 완주
두 자릿수 승리 챙기고 150이닝 이상 소화
셋보다 꾸준했던 토종 선발 드물어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지만 ‘좌완 트로이카’ 류현진(한화), 김광현(SSG), 양현종(KIA)의 시대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 구위 저하와 타고투저 흐름 속에 예전보다 평균자책점이 치솟았으나 존재감이나 꾸준함만큼은 후배들이 범접하지 못했다.

이들은 36, 37세에도 풀타임을 뛰면서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기고, 15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셋보다 두각을 나타낸 토종 선발은 원태인(26·삼성)과 곽빈(25·두산) 정도다.

류현진과 양현종은 팀 순위가 이미 확정돼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1년을 보내고 올해 친정팀 한화로 유턴한 류현진은 28차례 등판해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7로 마무리했다. 시즌 초반 불운과 부진이 겹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듯했으나 ‘괴물’처럼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3~4월 2승 3패 평균자책점 5.21을 기록한 뒤 5월 1승 1패 평균자책점 3.27, 6월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80으로 류현진다운 모습을 보였다. 7월엔 평균자책점이 4.50으로 다소 높았지만 8월 3.51, 9월 3.60을 찍었다.

무엇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정상적인 시즌 완주다. 한화는 이번 시즌 선발 투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성적 부진에 따라 교체했고, 믿었던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는 부침을 겪었다. 결국 한화 선발 중 규정 이닝을 채운 건 류현진이 유일하다. 류현진의 승수(10승)와 선발 등판 횟수(28차례)도 압도적인 팀 내 1위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고등학교 졸업 후 매년 엄청난 이닝을 소화했던 류현진이 올해도 160이닝 가깝게 던졌다”면서 “한화 후배들도 배워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양현종 역시 꾸준했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IA도 선발 투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양현종은 늘 마운드를 지켰다. 팀에서 가장 많은 29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며, 171.1이닝을 던져 프로야구 역대 최초의 10년 연속 170이닝 위업도 달성했다. 평균자책점은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 부진해 4점대(4.21)로 올라섰지만 2023시즌에 실패했던 두 자릿수 승리(11승)를 다시 수확했다.

더 이상 정규시즌 등판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가 남았다. 양현종은 최소 1경기, 최대 2경기를 더 던져야 한다. 2009년과 2017년 두 차례 우승을 경험한 그는 “한국시리즈는 긴장을 하냐, 안 하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류현진, 양현종과 달리 김광현의 정규시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SSG가 ‘가을 야구’ 막차 티켓을 위해 치열한 5위 싸움을 벌이고 있어 김광현은 잔여 경기에 한 차례 등판할 예정이다. 이번 시즌 김광현의 성적은 개인적으로 최악에 가깝다. 11승(10패)을 따냈지만 평균자책점이 4.99로 2007년 데뷔 후 가장 높다. 잘 던지다가 크게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고, 자동 볼 판정시스템(ABS) 적응에도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SSG 선발 투수 중 가장 믿을 만한 건 김광현이었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 30차례나 선발 마운드에 올랐고, 157이닝을 책임졌다. 시즌 막판 포스트시즌 진출 운명이 걸린 최근 두 차례 경기에서는 1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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