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MBK)와 영풍이 26일 고려아연의 공개 매수 가격을 기존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크게 올리면서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들에 맞서 고려아연이 대항 매수 카드를 꺼낼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MBK와 영풍은 이날 오전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75만 원으로 13.6% 올린다고 전격 공시했다. 이날은 기존 공개매수 마감일(10월 4일)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않고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MBK는 "인상된 가격은 고려아연 상장 이래 역대 최고가 67만2,000원보다도 11.6%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MBK는 또 함께 공개 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가격도 기존 2만 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상향했다.
이에 따라 MBK·영풍이 밝힌 최대 목표 물량(발행 주식 총수의 14.61%) 기준 공개 매수 대금은 기존 1조9,998억 원에서 2조2,721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를 위해 MBK는 전날 영풍으로부터 3,000억 원을 차입했다고 밝혔다. MBK 측은 "자체 파악한 기관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단가는 45만 원"이라며 "확실하게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이번 공개 매수 청약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 측이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설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는 결국 최윤범 회장 측이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 영풍·MBK 측에 역공을 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선다면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는 80만 원 이상은 제시해야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2조 원 넘는 큰돈이 필요해 최 회장 측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최 회장 쪽에서 대항 공개 매수로 승부수를 띄운다면 MBK도 단가를 한 번 더 높여 기간을 연장하고 양측의 대결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실탄 마련에 나선 모습도 보인다. 고려아연은 최근 기존의 무차입 경영 기조를 깨고 이례적으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000억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24일 2,000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데 이어 27일 추가로 2,0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측은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예정된 일정'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자금이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이날 고려아연의 종가는 공개 매수가를 밑돌았다.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보다 1.28% 오른 7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6.11%(74만7,000원) 올라 공개 매수가(75만 원)에 가까이 갔지만 시간이 흐르며 장중 상승분을 대폭 반납했다. 영풍정밀은 9.67% 급등해 공개 매수가에 근접한 2만4,950원에 마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영풍이 전날 공개매수 자금 조달용으로 MBK에 3,000억 원을 빌려주기로 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은 "적자 기업인 영풍이 수천억 원 대출에 대해서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명분으로 최 회장의 독단적 경영을 내세우던 MBK의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영풍은 27일 공개매수 선언 이후 처음으로 단독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기자회견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직접 나서 MBK와 손잡고 경영권을 넘기기로 한 배경 등을 설명하며 여론의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