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시작하는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인들이 줄줄이 출석 통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과 고려아연, 최대주주로 현대차그룹을 맞은 KT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됐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 부문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도 참고인 명단에 올랐다. 기획재정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만큼 '세기의 이혼' 판결 이후 두 사람이 국회에서 다시 만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산자중기위는 국정감사 증인 22명과 참고인 12명 명단을 의결했다. 다음 달 7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증인이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영풍그룹과 함께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 매수하려는 것과 관련, 적대적 인수합병(M&A) 여부와 매각 방향을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국감에는 전영현 부회장과 곽노정 사장이 참고인으로 부름을 받았다. 국회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2개 기업 CEO를 불러 국내 주요 산업 기술 유출 예방 조치를 점검할 계획이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특허청 상대 국정감사에선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 조성호 전 공영홈쇼핑 대표이사와 신정권 베스트커머스 대표 티메프 사태 비상대책위원장, 양인철 푸드조아 대표를 증인으로 부른다. 조 전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티메프 사태 등 공영홈쇼핑 부실 경영 책임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배달앱 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는 함윤식 배달의민족 부사장과 피터얀 바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전준희 요기요 대표가 소환될 예정이다. 이 밖에 이준수 일동후디스 대표이사, 유원일 텐덤 대표, 방경만 KT&G 대표, 강한승 쿠팡 대표 등이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24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되는 종합 국정감사에는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장 사장에게는 대기업의 중소 중견 기업 교란행위에 대해, 류 대표를 상대로는 카카오택시 등 수수료 및 이용 불편 관련 질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과방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 감사가 있을 10월 17일까지의 증인 108명, 참고인 53명 명단을 의결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데 국감이 25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규모가 더 늘 수 있다.
8일 과기정통부 감사에서 김영섭 KT 대표와 현대자동차 김승수 GSO(부사장)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KT의 최대 주주가 현대차로 바뀌면서 국민 기업인 KT에 미치는 영향을 물어보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14일 산자위 한국전력 국감에도 한전 원격검침 인프라 구축 모뎀 사업 관련 증인으로 채택돼 2관왕에 올랐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KT 최대 주주 관련 참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KT그룹에서는 불법 전환 영업 및 협력업체 상생 문제와 관련해 원흥재 HCN 대표와 모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최영범 대표가 추가로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항공우주연구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분쟁과 관련해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동대표도 증인이 됐다.
글로벌 기업 관련 증인 채택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망 무임 승차, 인앱결제 강제, 국내 대리인 지정 미흡, 불법 콘텐츠 신속 조치와 관련해 구글, 애플, 페이스북코리아, 넷플릭스코리아 등의 국내 수장이 7일 증인으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오게 된다. 구글코리아의 김경훈 사장과 마컴 에릭슨 부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허욱 페이스북코리아 사장,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정책법무 총괄 등이다.
이 밖에 삼성전자 수장과 직원이 나란히 과방위 국감 참고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사장은 중저가 단말기 확대를 요청하기 위해,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과 이용규 기흥캠퍼스 직원은 반도체 생산 라인의 방사선 피폭 사고 관련 질의를 위해서다. 다만 노 사장은 8일, 직원은 10일 국감의 참고인으로 채택돼 출석하더라도 직접 만날 가능성은 없다.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채택을 논의 중인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증인 신청이 대거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이혼 재판에서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해 세금 누락 혐의를 따져 묻겠다는 취지다. 증인 채택이 의결되면 국감장에서 세기의 재회가 이뤄질 수 있겠지만 여당이 기업인 소환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기재위원장이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라 증인 채택엔 국민의힘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