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건희 특검법' 두 번째 거부권 초읽기... 野 "국정농단 방조행위" 압박

입력
2024.09.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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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김 여사 'V1', 'V0' 빗대며 압박 수위 
'사면초가' 與 일각 여사 사과 목소리도 
김건희 의혹 망라 특검법 11월 內 재발의
10·16 재보선 앞두고 공세 수위 끌어올릴 듯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임박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 재표결 상황까지 염두에 둔 민주당은 김 여사를 "V1", "V0"에 빗대가며 여론전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부담을 느끼는 여당 기류를 감안하면 재표결에서 최대한 이탈표를 끌어내고, 그 기세를 더 센 김건희 특검법 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은 이번 주 안에 행사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달 4일이 거부권 행사 시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30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과 함께 정부 요청을 받은 뒤 재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선 정부의 거부권 행사 요청 30분 만에 재가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민주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김 여사의 국정 개입이야말로 민심의 분노를 자극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최순실 국정농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실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용산에 'V1'이 있다. 'V2'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김 여사가 마치 통치자와 같이 행동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김 여사의 권력 남용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 나와 "가족의 이해가 걸려 있는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된다는 건 상식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여론전은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 성격도 담겨 있다.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이 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당 의원 8명의 이탈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민의힘이) 자청을 해서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양심 있는 의원들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정농단 방조자가 될 거냐"고 몰아쳤다. 민주당 일각에선 독대 여부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친한동훈(친한)계 이탈이 전혀 가능성 없는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김 여사를 방어하려면 여당에 명분을 줬으면 좋겠다"(김용태 의원)는 등 여당 내부에서도 '김건희 리스크'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쟁용 특검에 대해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분명하게 그었다.

민주당도 재표결 부결까지 고려해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 윤 대통령이 30일이 아닌 다음 달 4일 거부권을 행사하면, 토요일인 5일에라도 본회의를 강행할 태세다. 특검법에 담긴 공천 개입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4·10 총선 6개월 후인 다음 달 10일 끝나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민주당은 다음 달 7일 시작되는 국정감사 기간에 제기된 의혹까지 망라해 '더 세진' 특검법을 11월 안에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10·16 재보궐선거가 끼어있다는 점도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김건희 이슈는 야당에 무조건 유리한 싸움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윤주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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