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탈 난 고양이처럼 노래하는 거북이들이 합창대회에 도전장을 냈다

입력
2024.09.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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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동화 '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

"수탉도 노래하고 꾀꼬리도 노래하지요. 매미도 노래를 해요. 하지만 거북이는 노래를 못해요!"

한때 세계적인 성악가였던 수탉 카실도. 거북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일자리를 제안받고 화를 낸다. 그러나 6개월이나 월세가 밀린 처지. 어쩔 수 없이 거북이 다섯 마리로 구성된 합창단을 석달 동안 가르치게 된다. 동화 ‘자신만만 음치 거북이들’은 이 여정을 따라간다.

꾀꼬리가 3년 연속 우승한 합창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는 게 합창단의 목표. 하지만 카실도는 이들이 "양말만큼이나 음악적 재능이 없다"며 절망한다. 한 거북이의 노래에선 "귓속에 포크를 집어넣고 힘껏 돌린 것 같은 아픔"이 전해졌고, 다른 거북이의 노래는 "배탈 난 고양이의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우는 소리를 내거나 고함을 치고 어떤 때는 마취 없이 수술받는 것처럼 소리를 지르는 이 합창단은 그러나 웃으며 카실도에게 묻는다. "저희 많이 좋아졌죠?"

카실도는 거북이들의 낙천적인 태도와 깜짝 생일파티, 병문안 같은 다정함이 버겁기만 하다. 결국 모진 말을 쏟아내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우연히 만난 거북이들은 그를 웃으며 대했다. “화를 내서 뭐 하게요? 오래전 일 때문에 평생을 세상에 화풀이하며 살아가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되물으면서. 카실도에게도 상처가 있었다. 오래전 무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노래를 중단한 이후 과거에 갇혀 살고 있었다.

합창대회는 어떻게 됐을까. 득음한 거북이들이 1등을 거머쥐는 기적 같은 건 없다. 책의 스페인어 원제 ‘SE TORTUGA(거북이가 되어라)’를 깨달은 자에게 우승이 돌아간다. 이 책은 지난해 스페인어 문학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2023년 에데베 어린이 문학상'을 받았다.



남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