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몽규 회장이 네 번 연속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을 경우 이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명보 축구국가대표 감독에 대해선 재선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전에도 정 회장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제언한 적 있다.
유 장관은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원칙적으로 2연임까지 가능한데,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에 (축구협회장의) 3연임, 4연임은 문제가 있으니 이 부분을 시정해 달라고 권고했다"며 "그 권고를 안 받아들이면 다시 한번 시정 명령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승인 불허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유 장관은 정 회장에게 거취 결단을 요구한 배경을 두고도 "여러 지적을 통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것보다 개인이 선택하는 게 훨씬 명예롭지 않겠냐는 뜻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 장관은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정몽규 회장의 경우) 스포츠 공정위의 허락하에 3연임을 한 것"이라며 "4연임을 하는 것은 (공정위원회 허락)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는데, 국민 여론을 들어보면 오히려 정 회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명예롭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 때 정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선 "그 자리에서 당장 사퇴 여부를 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잘 정리해서 판단하겠다고 했으니 지금 많은 고민과 심사숙고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했다.
유 장관은 홍명보 감독이 면접 절차 없이 월드컵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은 것을 두고도 "만약 불공정한 방법으로 감독에 임명됐다면 공정한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며 "(당장 지휘봉을 내려놓더라도) 재선임 과정을 거쳐 다시 대표팀을 맡는 것이 팬도 납득할 수 있고 홍 감독도 떳떳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회장이 이끄는 축구협회는 올 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한 후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지난 7월 축구국가대표팀의 새 수장으로 홍 감독을 뽑았다. 그러나 홍 감독 선임 직후 박주호 전 축협 전력강화위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 고 폭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정 회장은 국회 현안 질의 자리에서 자신의 축협회장 4선 연임에 대해 "내 거취 문제는 신중하게,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며 "결국 역사가 평가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축구팬들의 분노를 샀다.
팬들은 같은 자리에서 "(대표팀 감독을 맡아) 마지막 봉사를 하기로 했다"고 한 홍 감독에 대해서도 "연 20억 원 받고 하는 봉사도 있느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낸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연봉은 18억~20억 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홍 감독은 외국인 감독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