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저울질하는 한은 "집값 오르지만 취약차주 연체율 큰 폭 하락"

입력
2024.09.26 18:00
금리 1회 내리면 주택상승률 0.43%p↑
가계 취약차주 연체율 9.8→0.9% 뚝↓
"금리인하기 거시건전정책과 공조해야"

금리인하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률 변화를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낸 한국은행 보고서가 나왔다. 금리인하 시기에는 정부 대출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공조가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26일 한국은행은 '금융 여건 완화에 따른 금융 안정 측면에서의 영향 점검' 이슈 분석 보고서를 내고 "대출금리가 25bp(0.25%포인트) 하락하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1년 이후 0.43%포인트 더 오르고, 특히 서울은 0.83%포인트로 전국 평균보다 상승폭이 2배가량 커지는 것으로 시산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금융안정 상황(9월)'에 수록돼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논의됐다.

과거 사례를 봐도 금리인하는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져 금융 불안을 심화했다. 금융불균형(과도한 자산가격 상승 및 빚 확대) 축적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앞선 금리인하기인 2012년 2분기~2017년 3분기, 2019년 2분기~2021년 2분기 각각 17.4에서 27.6으로, 33.5에서 56.2로 상승했다. 올해 2분기 FVI도 31.5로 2년 3개월 만에 상승했는데, 금리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돼 7, 8월 중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0.2%가 넘는 자치구가 15개를 넘어선 결과다.

올해 4분기부터 금리 내린다 가정하니

한은은 금융 여건 완화는 취약부문 대출 건전성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동시에 밝혔다. 시장 기대경로(4분기 0.2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총 0.75%포인트 인하)를 바탕으로 이자 부담 경감 정도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전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이자 부담은 내년 중 약 8,000억 원 경감되고, 연체율도 1.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대출 역시 "이자 부담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취약차주의 연체율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견해다. 분석 결과, 시장 기대경로대로 금리를 내리면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2분기 0.94%에서 내년 말 0.86%로, 취약차주 연체율은 9.8%에서 0.86%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참고자료와 다른 보고서를 통해 "2분기 말 현재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0.15%로 평균(1.56%)의 10배 수준이고, 빚 갚을 능력이 취약한 한계기업 비율이 2021년 14.9%에서 지난해 말 16.4%로 상승했다"고 부연했다.

"금리인하기 정부와 정책 공조 중요"

다만, 정부와 정책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금리인하에 따른 금융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시장 기대대로 금리를 내리면 2026년 말 FVI는 43.6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 3단계 등 정부가 공표한 거시건전성 정책이 일관성 있게 시행된다면 FVI는 42.4로 하락하고, 추가 방안이 더해진다면 40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금융 안정 상황 점검을 주관한 장용성 금통위원은 "8월 발표한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과 가계부채 관리 방안 등의 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금리인하 등으로 금융 여건 완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 대책 효과 점검과 함께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종렬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캐나다 등 앞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국가에서 거시건전성 강화 조치에 힘입어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 달라"고 덧붙였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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