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타내려고”… 한우 귀표 바꿔치기한 축산업자 무더기 적발

입력
2024.09.26 16:09
귀표 분실했다고 거짓말해 재발급받은 뒤
보험 미가입된 소 귀표와 바꿔치기 수법 써
유사 범행한 축산업자 등 24명도 적발



“귀표를 분실했어요.”

전북 군산에서 한우 500두를 사육하고 있는 A씨는 지난 3월 ‘(소 귀에 부착하는) 귀표를 잃어버렸다’며 인근 축협을 찾아갔다. 축협 직원은 아무런 의심 없이 A씨가 분실한 귀표에 적혀 있던 개체식별번호를 수기로 써서 A씨에게 '귀표'를 재발행해줬다. 소의 주민등록증으로 불리는 귀표에는 소의 생년월일, 사육자, 사육지, 암수구분 등의 정보가 담긴 개체식별번호가 쓰여 있다. 소의 주인을 가리기 위한 표식이다. 축산 농가들은 소가 태어나면 5일 이내에 관할 축협에 신고해 귀표를 받아야 한다. 만일 귀표가 떨어지거나 분실되면 다시 발급받아야 하고 재발급된 귀표는 축협 직원이 직접 현장에서 부착해 줘야 한다.

A씨는 두 달간 총 64마리에 대한 귀표를 재발급받았다. 그런데 A씨는 최근 가축재해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낸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로 검찰에 송치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6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A씨는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소들이 폐사하거나 질병 등으로 긴급 도축이 필요해지자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수법으로, 보험에 가입된 소들의 귀표를 재발급받았다. 축협직원에게 분실했다고 거짓말을 해 보험에 가입된 소들의 귀표를 하나씩 더 얻은 것이다. A씨는 보험에 미가입된 소 32마리의 귀표와 재발급받은 귀표를 바꿔치기한 뒤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소 17마리에 대한 보험금 3,400만 원을 빼돌렸다. 경찰은 특정인이 보험금을 과다 청구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고, A씨의 범행은 이 과정에서 발각됐다.

경찰은 A씨가 긴급 도축한 36마리의 DNA 결과가 일부 불일치한다는 결과를 토대로 A씨를 추궁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소값은 떨어지고 사료값을 오르니 농가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서 그랬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농가에서 동일한 범죄가 만연하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해 A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보험금을 부당 청구한 축산업자 22명과 제대로된 점검 없이 귀표를 발행해준 모 축협지점장 등 직원 2명을 추가로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

전주=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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