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
26일 0시 11분 서울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인근 아파트. 택시에 승차하자 '자율주행'을 알리는 기계 음성 안내와 함께 택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전석에 앉은 시험운전자가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아도 차량은 목적지인 강남역을 향해 순탄히 달려갔다. 내비게이션 추천 경로를 따라 속도를 줄이고 좌회전 구간에서는 깜빡이를 켜 스스로 차로를 바꾸면서 주행했다.
기자는 이날 국내 최초 차량호출형 서비스 '서울자율차(자율주행택시)'의 시범사업 첫날 운행한 3대의 택시 중 한 대에 탑승했다. 택시는 시내 도로 제한속도인 50km에 맞춰 달렸다. 가장 궁금한 점은 차량의 안전 문제. 후방 차량이 속력을 높여 다가오자 운전석 옆 모니터에는 '빨간색' 경고 표시가 떴다. 해당 차가 끼어들기를 시도하자 택시는 알아서 감속했다. '부딪히지 않을까'라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택시는 자연스럽게 상대 차량이 끼어들 수 있게 공간을 내준 뒤 일정 거리가 확보되자 다시 속력을 높였다. 근처에 차량이나 사람이 접근할 경우 위험요소로 판단해 적절한 운행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 덕분이다. 차량은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위험을 피하거나 시험운전자가 수동운전을 해야 하는 모드로 바뀐다. 차량은 4개의 근접 라이다센서, 4개의 원거리 라이다센서, 10개의 카메라를 통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택시가 어린이보호구역 진입하자 속도가 줄면서 "전방에 자율주행금지 구역입니다. 수동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음성 안내가 나왔다. 어린이 보호구역 혹은 차로 변경 구간이 짧거나, 교차로에서 황색불로 바뀌는 '딜레마 존' 진입 등 돌발변수가 예상되는 곳에서는 수동 운전모드로 전환된다.
이 택시는 출발 후 14분쯤 지나 약 5km 떨어진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도착했다. 도착 예상 시간인 12분보다 2분 더 걸렸다. 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아도 지정 속도를 준수하고, 앞지르기를 하지 않는 등 안전 확보를 우선시하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린 것으로 보인다. 급정거로 몸이 쏠리는 현상도 없었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차량과 승차감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택시 요금은 '0원'이다. 일반 택시를 탔을 경우 심야 시간 1만 원은 나오는 거리다. 서울시는 개조한 코란도 이모션 3대로 올해까지 무료 운행하고 내년에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모든 곳에서 운행하는 것은 아니다. 강남구 역삼·대치·도곡·삼성동, 서초구 서초동 일부 지역 등 서비스 가능 지역에서 '카카오T' 앱을 통해 호출할 수 있다. 출발지와 목적지에 시범운행지구 내 장소를 입력하고 '서울자율차'를 클릭하면 된다. 월요일~금요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운행한다. 시는 이용수요와 택시업계 의견, 차량 수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상반기 운행기간과 차량 대수를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