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8%만 내는 종부세…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는 33%가 대상자

입력
2024.09.26 11:55
부동산 신고가액 1위는 김태효...약 84억
경실련 "정부·종부세 폐지 논할 자격 없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에 해당된다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 실태 등을 분석해 발표했다. 올해 1월 이후 재산을 공개한 70명 중 지난 1일 기준 현직자 48명이 조사 대상이 됐다. 경실련은 "공직자 본인과 그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주택을 중심으로 분석했고, 종부세 예상 세액은 국세청 홈택스의 '종합부동산세 간이세액계산' 도구를 통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조사에 따르면, 본인 혹은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 보유를 신고한 42명의 신고가액(공시 가격 기준)은 총 725억9,800만 원 선으로 평균 16억5,000만 원 수준이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84억5,886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49억3,619만 원)과 최지현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41억7,0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주택 재산은 정 실장이 40억5,800만 원, 토지 재산은 최종균 대통령비서실 저출생대응비서관이 15억3,119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경실련은 조사 대상자인 48명 중 16명(33.3%)을 종부세 대상자로 추정했다. 이들 16명의 종부세 대상 주택 신고가액은 총 307억9,84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19억2,490만 원에 달했다. 종부세 예상액은 2,132만 원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1인 평균 133만 원꼴이다.

경실련은 "대통령실의 33.3%가 종부세 대상자인데, 이는 우리 국민 가구 중 종부세 납부 가구가 1.8%에 불과한 것과 대조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라며 "정치권은 종부세 완화를 중산층 복원이라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치 및 경제 권력을 독점한 상위 1%를 위한 정책"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6억 원(1가구 1주택 9억 원)으로 복구하고, 과세표준을 낮추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제도를 폐지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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