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쉬운 대안 아니다"... 인구 유지하려면 매년 61만 명 받아야

입력
2024.09.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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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5만 명 이민자 받아도 인구 60% 감소
인구 구성 빠르게 바뀌면서 사회적 갈등 우려
"이민 역기능 줄일 노력 선행돼야"


인구 감소 해결 방안으로 이민정책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민인구를 대폭 늘려도 인구 감소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오히려 급격한 인구 구성 변화로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이민을 확대하더라도 부작용을 줄일 방안 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통계플러스 가을호에 실린 ‘인구의 고령화와 감소 문제를 이민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과 같은 인구 규모(5,175만 명)를 유지하려면 매년 약 61만1,000명의 이민자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이민인구 유입 규모를 연간 약 13만3,000명, 25만 명, 50만 명, 100만 명으로 나눠 그에 따른 전체 인구 변화를 추정했다. 기준시점인 2021년 대비 인구의 증감 여부를 분석한 것이다. 13만3,000명은 2016~2020년 한국 평균 국제순이동(유입-유출) 규모다.

출산율이 2021년 수준(0.8명)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 이민자를 연간 13만3,000명씩 받을 경우 장기적으로 정지인구가 1,125만 명에 수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지인구는 출생률과 사망률이 일정해 인구가 늘거나 줄거나 하지 않는 인구 규모를 말한다. 이민자가 연간 25만 명일 경우에도 2,116만 명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인구의 약 41%에 불과하다.

이민자를 연간 50만 명씩 받으면 정지인구가 4,232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최근 10년(2012~2021년) 캐나다로 들어온 이민자가 연평균 28만 명, 호주가 20만4,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수치다.

출산율이 1.3명으로 오르면 인구 감소세가 둔화하겠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뚜렷했다. 이민자를 연간 25만 명씩 받고 출산율이 1.3명일 경우 정지인구는 3,466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대규모 이민자를 장기간 받을 경우 인구 구성은 빠르게 바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민인구를 연간 13만3,000명씩 받는 시나리오에서 원주민(기존 한국인)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70년 80%로 낮아진 뒤 2120년엔 41%, 2220년엔 4%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규모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언어‧역사‧문화 등 국가정체성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를 진행한 우해봉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생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이민 확대를 손쉬운 대안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언어‧종교를 아우르는 사회문화적 통합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구문제 해소를 위해선 이민정책 외에도 저출생 현상을 완화할 제도 혁신 등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