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새 시도 담아야"...컴퓨터공학 전공한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가 도전하는 이유

입력
2024.09.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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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컴퓨터공학 전공 피아니스트 
11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리사이틀

인공지능(AI)이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융합의 시대에 일본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29)는 과학과 예술의 결합을 몸소 보여주는 음악가다. 음악 전공생이 아닌 도쿄대 석사 출신 공학도다. 음악과 과학을 접목한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AI를 통한 사운드 구현' 등을 주로 연구했다. 정보기술(IT) 기업 입사를 앞두고 출전한 2021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준결선에 오르며 세계 음악계의 이목을 끌었다. 11월 내한 공연을 앞둔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것이 음악적 사고와 창의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어머니에게 3세 때 처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스미노는 어린 시절 일본 내 콩쿠르를 휩쓸며 음악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수학에도 재능이 뛰어나 사립 명문인 가이세이 중·고교를 졸업한 뒤 공대에 진학했지만 밴드와 동아리를 통해 음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낮에는 인턴으로 일하고 밤에 연주를 익히며 준비한 2018년 전일본피아노지도자협회(PTNA)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업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스미노는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인생 유일한 길로 확신하기에는 망설임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돌고 돌아 도착한 피아니스트의 길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더욱 넓은 시야와 독특한 음악적 접근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작곡 야상곡 "북촌 한옥마을에서 영감"

독특한 이력의 스미노는 연주회도 자신만의 색깔로 꾸민다. 지난해 7월 한국 공연에선 이진법을 활용해 작품 번호를 소개했다. 그는 "대학에서 전공한 컴퓨터공학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 소개였다"며 "음악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주 떠오른다"고 말했다.

전통적 피아노 레퍼토리와 자작곡을 함께 선보이는 것도 스미노 연주회의 특징. 오는 11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선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 다장조',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드뷔시 '달빛', 라벨 '볼레로' 등과 함께 자작곡 '태동', '야상곡', '인간의 우주' 등을 선보인다. 신곡 ‘야상곡’ 중 첫 번째 곡은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서 얻은 영감을 담았다. 스미노는 "한옥마을에서 눈 내리기 직전의 하늘을 바라보며 영감을 받았다"며 "동양적 느낌과 눈이나 비가 내리기 전 어둑한 하늘의 먹먹함을 담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관객 앞에서 연주하게 돼 내게도 특별한 경험"이라고 했다.

스미노는 인기 유튜버이기도 하다. 고양이를 좋아해 지은 '카틴(Cateen)'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채널은 구독자가 139만 명이다. 뉴스 음악을 작곡하고,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음악과 사회의 연결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음악가는 과거의 음악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도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야 한다"며 "음악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음악가는 단순히 연주자여서는 안 됩니다. 음악과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크리에이터가 돼야죠."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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