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의 독서를 후회하는 이유는 뭘까. 훌륭한 이들의 삶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다. 비범하고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평범하면 안 된다는 것. 그건 내 생각이 아니라 책이 심어준 생각이었다.”
작가 부희령은 산문집 ‘가장 사적인 평범’의 머리말인 작가의 말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혹시 책을 읽을 때 머리말을 챙겨 읽는 편이신가요. 아예 이를 건너뛰고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대부분의 이들에게 머리말은 책과 자신의 궁합을 미리 가늠해 보는 첫 만남의 순간입니다. 아예 각 책의 머리말만을 모은 책도 만들어졌을 정도로 본문 못지않게 관심을 받는 글이기도 하죠.
“훌륭하다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건 불행한 일이라고 여겼다”라는 이 책의 머리말은 다음 장을 어서 읽고 싶다는 기대를 심을 정도로 공감이 갔습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자신을 미워한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 칼럼니스트로 그간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산문집을 낸 부 작가는 ‘가장 사적인 평범’에서 이런 머리말을 거쳐 제목 그대로 평범한 삶에 관해 씁니다. 그렇지만 이는 평범하기에 무엇보다 ‘나다운 삶’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그는 “행복이란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사는 것. 몸과 마음이 바른 자세를 잃지 않게 조심조심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되새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평범은 위로받을 필요가 없다”고 부 작가는 딱 잘라 말합니다. 그러면서 “무릎이 아파도 경로석에 앉아 마음껏 연애소설 읽는 할머니로 살아갈 텐데, 왜”라고 묻는 그의 옆자리에 언젠가 슬쩍 앉아, 무슨 연애소설을 읽고 있는지를 넘겨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