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플러스 바로 보기 | 10부작 | 15세 이상
로봇이 인간처럼 행동한다. 희로애락의 감정까지 갖추고 있다. 인간 옆에서 여러 가지를 돕고 외로움까지 덜어준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존재일까. 인간과 다를 바 없다면 거짓말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 아닐까. 드라마 ‘써니’는 누구나 쉽게 답변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진다.
일본에 사는 미국 여성 수지(라시다 존스)는 큰 슬픔을 맞는다. 일본인 남편 마사(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어린 아들이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다. 수지는 사고 대책반 조사에 응하며 이상한 일들을 알게 된다. 마사가 유명 전자회사 이마텍에서 냉장고 부문에서 일한 줄 알았는데 회사는 냉장고를 안 만든 지 오래됐다. 수지는 마사의 업무가 로봇 만들기라는 걸 새로 알게 된다.
시대적 배경은 가까운 미래다. ‘홈봇’이라는 가정용 로봇이 보편화돼 있다. 홈봇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집 안 잡일을 도와주고 주인에게 말 상대가 돼 주기도 한다. “자라"는 한마디면 바로 정지 상태가 된다. 홈봇은 유순하고 말을 잘 듣는다. 하지만 해킹당한 홈봇이 인간을 살해하기도 한다는 말이 도시 전설처럼 떠돌기도 한다.
나이 든 남자 유키(구니무라 준)가 이마텍 동료라며 수지를 찾아온다. 마사가 수지에게 남긴 거라며 홈봇 한 대를 전한다. 수지는 로봇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다. 어머니가 자율주행 자동차를 탔다가 사고로 숨져서다. 홈봇은 스스로를 써니라고 소개한다. 어디인지 남편을 닮은 구석이 있다. 왜 남편은 써니를 수지에게 남겼을까. 마사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던 걸까.
기이한 일은 더 있다. 누군가 수지를 감시한다. 마사 장례식에는 야쿠자 두목의 딸 히메(에하라 유키코)가 문상을 온다. 남편은 야쿠자와 무슨 관계가 있었던 걸까. 마사의 사망보험금 수령인은 수지가 아닌 다른 남성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 수지는 10년 동안 산 남편을 제대로 알기는 했을까. 알쏭달쏭한 써니의 행보가 더해지며 의문부호는 커져만 간다.
마사는 사람의 외로움까지 덜어줄 홈봇을 만들고 있었다. 써니는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이유로 실험은 중단되고, 마사는 의문의 사고로 사라졌다. 써니는 사람과 마음이 통할 수 있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감정이다. 누군가를 위한 감정은 과연 좋은 일로만 이어질까. 예를 들어 누군가를 지나치게 사랑하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
마사는 써니의 ‘마음’이 수지를 향하게끔 프로그래밍했다. 써니는 수지를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 써니는 좋은 로봇인가, 나쁜 로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