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호주기업 오스탈 인수 포기… "전례 없는 입장 고수하며 협의에 비협조"

입력
2024.09.25 17:48
미국 방산시장 접근 위해 인수 추진
기업가치 이견, 기대 못 미친 기술력,
수수료 선납 요구 등으로 결국 무산

한화오션이 호주 방산ㆍ조선업체 '오스탈' 인수 추진을 중단했다. 한화그룹은 글로벌 방산 및 조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오스탈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합의 과정에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한화오션은 공시를 통해 “당사는 오스탈 인수 관련 경영진, 이사회와 본 건 딜 관련한 협의를 이날 기점으로 중단하기로 했으며 이를 상대방에게 통지했다"고 밝혔다. 오스탈은 군함과 상업용 선박을 설계ㆍ건조하는 전문 기업으로, 미국과 필리핀, 호주 등에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한화오션은 오스탈 인수를 통해 기존에 강점을 지닌 중대형 선박 및 해양 플랜트 분야를 넘어 군함과 상업 여객선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특히 미국 해군과의 협력 확대를 모색하려 했다. 오스탈은 미 해군에 군용 선박을 공급하고 있기에 미 방산시장 접근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인수 가격 책정을 위한 기업 가치를 놓고 한화오션과 오스탈의 평가가 서로 달랐던 게 한화오션이 오스탈 인수를 포기한 배경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4월 오스탈 인수를 위해 10억 호주달러(약 8,800억 원)를 제안하고, 투자은행 UBS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오스탈 쪽에서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군함과 특수 선박 분야에서 가진 오스탈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이 한화오션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하지 못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며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등 경영 불확실성 역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오스탈 측이 합병을 위한 기업 실사 전 500만 US달러(약 66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 선납을 요구하면서 이견이 커졌다고 한다. 미국 또는 호주의 승인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수수료를 한화에 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한화오션 측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실사 과정을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인수를 중단하게 될 경우 발생할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 인수를 포기한 걸로 전해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오스탈은 전례가 없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화와의 협의에 비협조적이었다"라며 "한화 경영진은 합리적인 조건으로 오스탈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할 방안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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