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뷰티, 해외에 팔아드릴 테니 몸만 오세요"…'역직구' 드라이브 거는 알리

입력
2024.09.26 07:00
15면
10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 개시
미국·일본·유럽에 한국 상품 판매
5년 수수료·보증금 '0원' 파격 지원
아마존·쇼피 이어 K셀러 '러브콜'
일각선 "해외 플랫폼 종속 우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중국계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10월부터 '역(逆)직구' 사업을 본격화한다. 한국 기업이 만든 화장품과 패션 등을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소비자에게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한류와 맞물려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K뷰티·패션 등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알리바바그룹 계열 알리익스프레스10월부터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공식 출범한다고 25일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 내 한국 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venue) 채널에 입점한 1만여 판매자(셀러)들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길이 열리는 것. 미국·일본·프랑스·스페인을 대상으로 K뷰티·패션 카테고리 판매를 시작한 후 대상 국가와 카테고리를 넓힐 예정이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로 판로를 넓히려는 국내 셀러에 대한 파격 지원책을 내놓았다. 5년 동안 입점·판매 수수료와 보증금이 전액 면제된다. 또 상품 등록과 판매, 고객서비스(CS)로 이어지는 시스템 전 과정에서 한국어 지원, 다국어 무료 번역기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케이베뉴에 입점하고 상품을 등록하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배송은 우체국이 맡는다. 상품에는 영문으로 'Ship From Korea' 라벨을 붙여 해외 소비자가 한국 상품임을 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상품이 고객에게 배송된 후 15일 이내 알리페이 인터내셔널로 대금(달러)이 입금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이렇게 K역직구에 공을 들이는 것은 해외에서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해외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한국 상품을 구매한 금액은 1조6,972억 원. 2014년(6,891억 원)과 비교해 150% 증가했다. 레이 장 대표는 "뛰어난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한국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핀둬둬(테무)에 쫓기고 있다. 2022년 9월 출시된 테무는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미국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알리바바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K뷰티 같은 킬러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다른 글로벌 유통 공룡들도 K역직구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미국 아마존은 6월 한국 화장품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K뷰티 고 빅'을 발표했다.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쇼피(shopee)도 국내에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셀러를 모집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반면 티몬·위메프 사태로 모기업인 큐텐(Qoo10) 그룹이 무너지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역직구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기업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 잘못하다간 국내 제조사들이 해외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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