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북한 쓰레기 풍선과 관련, “정부가 대북 전단 단체들과 협상해 스스로 살포를 그만두도록 합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부터 자제시킨다면 북한도 쓰레기 풍선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야당 국회의원으로 대북전단금지법을 ‘김여정하명법’이라고 강력 반대했던 그가 오히려 먼저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제안하고 나선 건 그만큼 커진 국민 불안감을 반영한다. 일리가 있는 만큼 적극 검토할 만하다.
지난 5월 말부터 날아오기 시작한 쓰레기 풍선은 이미 5,500개도 넘었다. 차량 파손은 물론 항공기 운항도 차질을 빚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서울청사 안에 떨어진 데 이어 기폭 장치와 유사한 발열 타이머로 화재까지 잇따랐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개입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대법원도 2016년 북한의 도발을 부르는 대북 전단 살포를 제지하는 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물론 탈북민 단체의 활동을 무조건 막는 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지난해엔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법인 허가를 취소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과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도 나왔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도 무한대로 보장할 순 없다. 접경지역 주민과 대다수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할 땐 일부 제한하는 게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헌재도 전단 살포를 일률 금지하는 건 문제지만 경찰관이 경우에 따라 제지하거나 금지 통고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최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쓰레기 풍선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취지는 이해하나 자칫 우발적 충돌 가능성만 높아지는 것 아니냔 우려가 적잖다. 쓰레기 풍선에 대한 대응책을 다각적으로 강구하는 건 기본이지만 근본 해결책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정부는 탈북 단체들을 적극 설득하고 동시에 북한도 쓰레기 풍선 살포를 멈춰야 실타래가 풀린다. 전단 때문에 전쟁을 할 순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