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희동 등 도심에서 잇따라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현상에 따른 사고 우려가 커진 가운데 지난 1년간 서울 시내에 정확한 원인 규명 없이 그대로 덮인 싱크홀이 1,1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싱크홀은 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작은 균열' 등 전조증상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건네받은 '2023~2024년 7월 공동조사 및 복구 관리대장'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서울시가 조사한 싱크홀은 1,402개였다. 버스전용차로를 포함한 차로·차도에서 발생한 경우가 1,278개로 대부분이었다. 이 밖에 사람이 지나다니는 보도는 55개, 이면도로 28개, 길모퉁이에서는 4개가 발생했다.
싱크홀의 평균 높이는 33㎝였고, 평균 크기는 종단과 횡단을 기준으로 각각 87㎝, 83㎝로 조사됐다. 가장 폭이 넓은 곳은 지난해 9월 송파구 송파동 이면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216㎝)이었다. 가장 깊은 싱크홀의 깊이는 203㎝로 지난 3월 강남 세곡동 밤고개로에서 발생했다. 서울시는 당시 지반의 장기침하를 원인으로 파악하고 인근 주변의 땅을 파서 보강하는 방식으로 복구했다. 이 같은 방식(굴착)으로 복구한 곳은 282개로 나타났다.
나머지 1,120개에 이르는 구멍은 채움재 주입을 통한 '충진' 방식으로 복구했다. 크기가 50~60㎝ 정도인 소규모 싱크홀이나 주변에 하수관로나 맨홀이 없는 경우 유동성 채움재를 넣어 구멍을 막는 방식이다. 주변부 아스팔트를 깨거나 굴착할 필요 없이 빠른 복구가 가능해 균일하지 않은 도로에 의한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한 사전조치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멍) 주변에 다른 시설물이나 원인 요인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에는 채움재를 주입해 메꾼다. 방치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정확한 싱크홀의 원인 파악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굴착 방식으로 복구된 싱크홀 원인 요인은 상·하수, 통신, 전력, 지하수 등 구체적으로 조사됐지만, 충진 방식으로 복구된 싱크홀 원인은 불분명했다. 1,100여 개에 이르는 싱크홀이 '땜질식'으로 처리된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작은 균열도 싱크홀 발생의 전조증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면밀한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갑자기 도로가 울퉁불퉁해지거나 일부에 금이 갈 경우, 물줄기가 생기는 경우 땅 꺼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싱크홀 발생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규모가 작거나 경미해 보이는 구멍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필요한 경우 복구 작업을 조금 늦추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현 의원은 "지금까지는 하수관 손상이나 공사불량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혔으나, 이제는 취약한 지반 주변에 도심 과밀화로 다양한 변수가 개입된다"며 "도심지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