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금통위원 "집값 확실한 둔화 기다릴 만큼 경제 녹록지 않다"

입력
2024.09.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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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내 대표 '비둘기파' 평가
"7월 인하 생각했지만 집값에 제동...
내수 보면 금리 인하 필요성 커져"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집값 상승 모멘텀(탄력)이 확실히 둔화할 때까지 (금리 인하를) 기다릴 여유가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주택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를 위험 요인으로 꼽으면서도 연내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신 위원은 25일 한은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내수 측면에서 7월 금리 인하 의견을 내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6월 예상치 못한 집값 급등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며 “금리를 떨어뜨릴 경우 집값 상승 모멘텀을 강화하는 부작용이 우려돼 일단 제동을 건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간 신 위원은 7명의 금통위원 중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평가됐지만,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급증이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뒤로는 “통화정책이 대기해야 한다” 등 발언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으로 해석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날 스스로를 '비둘기'로 지칭한 신 위원은 집값 상승세의 확실한 둔화가 금리 인하의 선결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집값이 100% 안정된 다음에 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우리나라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어느 정도 둔화하면 금리 인하 필요성과 함께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등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서도 한은의 위험 관리 역할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한편, “위험 요인의 약화가 가시화하면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내수 쪽을 보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이자를 적게 내면 쓸 수 있는 돈이 늘고, 투자도 늘어나기 때문에 금리 인하는 분명히 내수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은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발을 가속 페달(금리 인하)로 옮겨도 될지는 주택 매수와 관련 정책 여력 및 효과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내달 11일 금통위 의사결정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저도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전주 대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등 집값 지표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연휴 등 변수가 있었던 만큼 추세적으로 이어질지, 다시 오를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신 위원은 “통화정책은 경제 전체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지만 무딘 칼”이라며 “주택시장에 특화된 정책 대안을 먼저 쓰고 이것도 저것도 안 될 때 최후에 금리정책을 쓰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금융을 집값 급등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 신 위원은 “능력 없는 사람에게 대출해 담보물이 차압되고 고통 받게 하는 건 ‘약탈적 대출’이다.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해 주는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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