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밥만 먹고 헤어질 거면 차라리 만나지를 말지.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 (민주당 중진 의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4일 만찬 회동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나자 더불어민주당은 "한심하다"는 탄식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자청해온 여야의정 협의체 동력도 상실했다며 '플랜B'로 정부를 뺀 별도의 여야의 협의체 카드를 띄웠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가 의료계 중지를 모아 윤 대통령과 직접 '의료 담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계 위기가 심화되고 국민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서 그저 밥만 먹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라며 "국민의 기대는 절망을 넘어 분노로 바뀌었다. 곧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동훈 때리기'에 집중했다. 한 대표 스스로 의료대란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고 위기론을 강조해놓고, 윤 대통령 앞에서 한마디도 못한 점을 문제 삼았다. 특위는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보다 검찰 선배의 말이 더 무서운 건가. 독대 자리가 아니면 말도 못 꺼내는 여당 대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민수 대변인도 논평에서 "제대로 된 고언을 전하지도 못하는 여당이 야당이 노력하는 여야의 협의체 구성 제안은 갈등 조장이라고 비난하며 폄훼하느냐"고 쏘아붙였다. 한동훈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정부·여당 갈라치기로 힘을 빼려는 의도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불협화음 속에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은 물 건너갔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에 의료계와 정부를 조율하는 '중재자'로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고 의료개혁 판을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이 대표가 직접 등판해 윤 대통령과 의료계와의 담판을 중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가 임현택 의사협회장과 최근 공개 면담한 데 이어 '지속적 소통 채널'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의원은 "수렁에 빠진 협상을 성공시키면 그 공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몫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에 발맞춰 특위도 전공의 및 의대교수에 이어 보건의료단체들과 만나며 의료계와의 스킨십을 넓혀가고 있다. 이날은 의료공백 사태로 불거진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우려하며,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에 대한 자기부담률을 높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계를 '민주당 편'으로 만들어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