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의견에선 8대 7 근소 우위, 그러나 핵심 쟁점에선 사실상 7대 7 반반.
최재영 목사 기소를 권고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디올백 사건'의 직무 관련성 부분에서 찬성·반대 숫자가 같은 '동수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혐의 유무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에서 의견 일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외형상 '기소 우위' 판단이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동수 판단을 받은 것으로 해석한 검찰은 원래 자신들이 내렸던 결론처럼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쪽으로 사건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수심위는 현안위원회 심의를 진행한 뒤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 8대 7 의견으로 기소를 권고했다. 그러나 25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 중 기소 의견으로 표결한 위원 1명은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청탁금지법 법문상 금품 제공자에 대한 직무 관련성 규정은 없으므로, 이를 따질 필요도 없이 최 목사에겐 죄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이 사건 핵심 쟁점인 직무 관련성, 다시 말해 최 목사의 디올백 등이 윤석열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것이라는 의견은 많아야 7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 금지조항(제8조 제4항)은 '직무와 관련한' 수수를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금품 제공 금지조항(제8조 제5항)은 '누구든지 공직자 또는 그 배우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면 안 된다'고만 규정한다. 법조문상 명시적 문구가 없고, 이 부분을 직접 다룬 대법원 판례도 누적되지 않아, 법조계에서도 배우자에게 금품을 준 사람의 처벌에 '직무 관련성'이 필요한지 견해 대립이 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디올백 사건을 '위반사항 없음'으로 의결하면서 "제공자에게도 공직자의 직무 관련성이 구성요건으로 요구된다"는 유권해석을 했다. 검찰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의 과태료 결정에 대한 법리 분석 끝에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이번 수심위는 '제공자'인 최 목사의 기소 및 수사 계속 여부가 심의·의결 안건이었지만, 동전의 양면인 '수수자' 김 여사 사건에 대한 2차 수심위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로 금품을 주고받은 공범(대향범) 관계여서, 최 목사 쪽에서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김 여사 처벌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는 논리다.
수심위 현장에서 위원들의 관심도 직무 관련성에 집중됐다고 한다. 최 목사 측은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영상과 녹음 등을 직접 재생하며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검찰 수사팀에 "대통령 직무 범위는 매우 넓은데, 청탁금지법의 입법 목적을 고려하면 이번 사안은 기소해야 하지 않느냐"라거나 "디올백 같은 고가의 선물을 직무와 무관한 단순한 선물이라 보는 게 타당하냐"는 등의 질문을 계속 쏟아냈다. 최 목사 측에는 "청탁이 아니라 취재 목적이었던 것 아니냐" "일방적으로 계속 보낸 카톡 메시지가 진정성 있는 청탁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사안의 핵심인 직무 관련성 쪽에서 수심위 의견이 거의 반반으로 갈렸다는 점을 감안해, 원래 생각대로 김 여사와 최 목사 모두를 무혐의 처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핵심 쟁점에 대해 선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나온 권고로 보인다"면서 "직접 수사하고 기소해 재판을 해야 하는 검사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수사는 모두 완료된 상태라, 이르면 이번주 중 늦어도 국회 국정감사 시작(다음 달 7일) 전 사건 처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 목사 측에선 이 표결 결과를 다르게 해석한다. 최 목사 측 류재율 변호사는 "직무 관련성 규정이 없다는 의견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만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일 수도 있지 않냐"면서 "이(반으로 나뉜 숫자)를 근거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다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