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의 서비스 상용화로 AI 기술은 혁신을 넘어 직업인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그 활용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노동 시장과 직무 능력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의 다양한 전망이 제시되고 있으나, 현시점에서 AI 상용화가 취업자들의 실제 업무와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를 파악한 조사는 드물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7월 26일~8월 2일 전국 20~64세 남녀 취업자 1,000명을 대상으로 AI 기술의 실제 업무 활용도, 업무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 및 AI기술 활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은 2024년 6월 기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지역, 성, 연령별 취업자 분포 비율과 무급가족종사자를 제외한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의 비율을 반영해 구성했다.
20~64세 취업자에게 종사 산업에서 AI 기술 발전을 체감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체감한다는 응답과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각각 절반을 차지했다. 종사하는 사업체 규모 및 직종, 연령, 학력에 따라 AI 기술 발전을 체감하는 비율에 차이가 있다. 이는 산업 및 사업체 규모에 따라 AI 기술의 적용 범위와 속도가 다르다는 점, 동시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AI 기술 영향력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또한 ‘종사하는 산업이 AI 기술과 연관 있다’는 이는 47%, ‘나의 업무가 AI 기술과 연관 있다’는 답은 36%로 개별 업무 수준에서 AI 기술의 도입과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덜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종별로는 ‘예술·디자인·방송·스포츠직(58%)’과 ‘경영·사무·금융·보험직(42%)’ 종사자 중 AI 기술과 개인의 업무 연관성 있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편, 응답자 중 78%는 AI 기술 활용도가 떨어져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능력이 저평가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해 본 적이 있다(자주 함 5%, 종종 함 30%, 한 번쯤 해봄 44%). 특히 종사하는 산업(87%)과 업무(90%)가 AI 기술과 연관성이 있다고 평가한 집단에서 불안이 더욱 높았다.
실제 업무에서 AI 기술 활용 여부를 사업체 단위와 개인 수준으로 나누어 물어본 결과, 사업체 단위에서 AI 기술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30%, 개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31%로 비슷한 수준이다. 응답자의 14%는 사업체에서 AI 기술을 도입하지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 서비스나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사업체의 규모가 클수록 사업체 단위의 AI 솔루션 도입·활용 비율이 높고 20·30대(42%)와 대졸 이상(36%)에서 개인 단위 활용자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종사 산업과 AI 기술의 연관성은 있지만 실제 업무에서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당장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43%)가 가장 많았다. 그 외에 ‘사업체의 인프라 및 활용 가능 인력 부족’(20%), ‘학습할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15%) 등이 이유로 꼽힌다.
AI 기술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취업자에게 AI 기술 활용 분야를 물어본 결과, ‘데이터 및 단순 자료 검색’이 27%로 가장 많고, ‘보고서 작성 및 요약(18%)’ ‘고객 대응 및 서비스 지원(12%)’ ‘마케팅 및 광고(10%)’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분야를 모두 응답하게 한 후, 전체 응답 빈도를 100%로 환산해 비교). 데이터·자료 검색, 보고서 작성·요약에서 활용도가 높은 점은 AI 기술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자동화하고 간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임금근로자(8%)에 비해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 포함, 20%)는 ’마케팅 및 광고‘ 분야에서 AI 기술 활용도가 크게 높은데, 이는 비임금근로자가 제한된 자원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마케팅, 고객 분석 등의 분야에서 AI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AI 기술 사용 빈도에 대해서는 ’거의 매일‘ 사용이 16%, ’주 3~4회‘ 26%, ’주 1~2회‘가 28%로, 전체 사용자 중 70%가 주 1회 이상 정기적으로 AI 기술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AI 기술을 업무에 활용해 본 경험이 있으나 지속적으로는 활용하고 있진 않다는 답변은 8%였다.
AI 기술을 정기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취업자 중 64%는 AI 기술이 업무 생산성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며, ‘반반’ 33%,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4%에 불과하다. 활용 빈도가 많은 집단(주 3회 이상: 74%, 주 1~2회: 63%)에서 업무 생산성 향상 관련 긍정 평가가 높다. 특히 ‘같은 양의 일을 하더라도 처리하는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의견이 77%,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는 76%로, AI 기술이 업무시간 효율성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크게 체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인이나 선배에게 묻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의 증가(67%)’, ‘업무 결과의 품질 및 성과 향상(66%)’, ‘인건비 등 비용 절감(64%)’ 효과에 대해서도 60% 이상이 공감한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기술 보안 및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64%로 가장 높은 공감을 얻었다. ‘시스템 호환 및 기술 문제 발생 빈도 증가(46%)’, ‘사용 방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업무시간 증가(40%)’, ‘업무량과 복잡도가 오히려 가중(35%)’의 공감 비율은 절반 이하이나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AI 기술 활용에 대한 부작용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AI 기술 도입이 사용자의 업무 생산성과 성과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술적 문제와 보안 이슈 대비, 사용 방법에 대한 적절한 교육 지원이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AI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임금근로자 중 다수는 AI 기술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우려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62%는 ‘AI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거나 그렇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으며, 58%는 ‘AI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알려지면 내 업무가 AI로 대체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또 53%는 ‘AI 서비스를 직장 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48%는 ‘AI 사용이 알려지면 업무 능력이나 성과가 낮게 평가될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AI 기술을 활용하는 임금근로자의 상당수가 AI 기술에 대한 의존이 자신의 역량을 낮추거나, 전문성 부족으로 인식될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AI 기술은 이미 많은 취업자에게 중요한 직무 도구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앞으로 그 영향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 효율성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근로자들은 AI기술 활용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기술 의존에 따른 역량 감소 및 저평가와 같은 불안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또한, 기술 보안 등의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AI 활용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과 기술 확산을 돕는 지원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AI 활용 능력을 중요한 직무 능력으로 인정하는 인식 변화, AI 기술과 인간의 역할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기준에 대한 더욱 활발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