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연금개혁 단일안을 내놓은 정부가 국회 논의 전부터 개혁안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자 부정적 여론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년세대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논란이 큰 '자동조정장치'에는 인상률 하한선을 설정해 연금액 삭감을 막기로 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네 번째 연금개혁 주요 이슈 언론 브리핑에서 "국민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도 급여 인상률 하한선을 0.31%로 정해 최소한 전년도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0.31%는 보험료를 가장 많이 납부하는 고소득층도 최소한 낸 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는 인상률이다.
현재는 전년도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이 오르는데, 복지부가 구상한 자동조정장치는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 변화를 반영해 기존 수급자의 인상액을 조정하는 것이다.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기대여명 증가율은 큰 변화가 없지만 저출생 여파로 가입자는 대폭 줄어들어 해당 장치 도입 시 연금액은 물가만큼 오르지 못한다.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 300여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자동조정장치로 인해 연령과 무관하게 전 생애 연금액이 20% 안팎 삭감될 것으로 추계했다. 이와 달리 복지부는 인상률 하한선(0.31%)을 적용해 연금액 감소분(가입 기간 40년, 수급 기간 25년, 월 300만 원 평균 소득자 기준)을 올해 20세의 경우 11.1%, 30세는 13.4%로 추산했다. 그만큼 연금 재정 소진 시기는 뒤로 늦춰진다. 이 차관은 "이것을 하지 않으면 결국 이 모든 비용은 우리 자녀와 손주 등 젊은이들이 다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과 시민단체 등이 "세대별 갈라치기"라고 비판하는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에 대해서는 "보험료 부담과 급여 혜택의 세대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26년간 소득의 9%로 고정된 보험료율을 13%(정부 안)까지 올리되 50대는 4년, 40대는 8년, 30대는 12년, 20대는 16년으로 13%에 도달하는 기간을 달리하면 젊은 층은 생애 총 보험료를 0.4% 정도 덜 내게 된다.
'덜 내고 더 받던' 시기에 가입해 혜택이 큰 윗세대의 부담을 늘리자는 취지이지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보험료 역전 현상으로 억울한 연령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1975년생과 1985년생은 단 하루 차이로도 76년생과 86년생보다 생애 보험료를 150만 원가량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처럼 불공정한 상황이 안 생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완할 계획이다. 이 차관은 "자동조정장치와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는 재정 안정을 꾀하고 청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올해는 연금개혁을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 정부안을 기준으로 여야가 심도 있게 논의해 주기를 정말 강력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