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후속 '동물은 훌륭하다'가 넘어야 할 산

입력
2024.09.28 09:02
'개훌륭' 아닌 '동물은 훌륭하다' 선택한 KBS 
동물 범위 확장시키며 폭넓은 주제 예고 
부정적 이미지 벗을 수 있을까

'개훌륭'이 '동물훌륭'으로 돌아온다. 과감하게 타이틀을 바꾸고 라인업도 새롭게 짠 만큼 전혀 다른 판도를 짜겠다는 전략이다. 그간 행동 교정 전문가 중심으로 흘러갔던 구성도 행동학 전문가, 동물 사건 전문 변호사, 수의사로 적절하게 파트를 분배해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기존 '개훌륭'은 반려견에 초점을 맞추며 프로그램 정체성을 구축했었는데 '동물훌륭'이 대상을 확장시킴에 따라 방송의 방향성이 다소 흔들릴 수 있다는 물음표도 남았다.

KBS2 '개는 훌륭하다'가 끝내 폐지 수순을 밟았다. 대신 기획 범위를 확장시킨 '동물은 훌륭하다'가 선을 보일 예정이다. 오는 28일 첫 방송되는 '동물은 훌륭하다'는 애니캠을 통해 감동과 재미, 일상 속 법률 상식까지 반려문화를 선도하고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예능이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여러 이슈에 관해 함께 고민해보며 선한 영향력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장훈을 비롯해 은지원 장도연이 MC를 맡았다.

앞서 강형욱의 갑질 의혹 등으로 인해 4주간 결방한 '개는 훌륭하다'는 결국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개는 훌륭하다'의 경우 특정 훈련사에게만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에 논란을 수습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이에 '동물은 훌륭하다'는 단순히 강아지 뿐만 아니라 동물 전체로 시야를 확장시켰다. 또 반려견 행동학 전문가·동물 사건 전문 변호사·고양이 전문 수의사 등이 등장하면서 특정 전문가에게만 시선이 쏠리는 현상을 방지한다.

그렇다면 '동물은 훌륭하다'는 어떤 경쟁력을 가질까. 앞서 '동물농장' '우리동네 털뭉치들' 등 그간 반려동물을 부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또 '나 혼자 산다' 등 관찰 예능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스타들의 일상이 등장, 배우 구성환과 그의 반려견 꽃분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모이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단순히 반려동물과의 일상을 강조하는 코드는 진부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과 공존하는 동물들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들은 통상적으로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향상됨에 따라 좋은 연출 의도라고 여겨지면서도 소재의 신선함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낮다.

2019년 첫 선을 보였던 '개는 훌륭하다'는 폐지 전까지 5년간 사랑을 받으며 장수 예능의 문턱에 있었다. 반려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에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하는 프로그램의 등장은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특히 반려동물 교육에 목말라 있던 이들에게 '개는 훌륭하다'는 강형욱 훈련사를 통해 좋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개는 훌륭하다'와 비교했을 때 '동물은 훌륭하다'가 가질 수 있는 무기는 다양성이다. 특정 품종에 대한 편견이나 동물권 등을 적극적으로 조명해야지만 '동물은 훌륭하다' 고유의 강점이 확실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동물은 훌륭하다'가 '개는 훌륭하다'의 장점을 고스란히 반영, 확장시킨 소재 범위 만큼 폭넓은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인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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