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됐다" 하는데... '전쟁 중재 역할' 손 못 떼는 중국

입력
2024.09.25 15:00
중국·브라질, 유엔서 '전쟁 중재안' 발표 계획
"중국은 러 조력자" 서방 압박 회피 위한 행보

중국이 브라질과 함께 유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측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중재자 역할'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양국은 오는 27일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별도 회담을 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 해결을 위한 중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중국과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대화를 위한 6개 항목으로 된 계획을 구상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이 계획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재안의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확전 금지 △국제평화회의 개최 △인도적 지원 통로 확보 △평화적 핵시설 공격 반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재안에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콜롬비아 등 미국과 유럽 국가를 제외한 20여개 국이 지지를 표명할 전망이라고 SCMP는 전했다.

중국·브라질 중재안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 브라질 언론 인터뷰에서 "어떻게 우리에겐 아무것도 묻지 않고 '여기 계획이 있다'고 제안할 수 있나. 불행히도 그들은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며 중재안 발표도 전에 거부했다.

중국은 평화 중재자를 자처한 행보를 꾸준히 이어왔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입장'을 내놓은 뒤 전쟁 당사국 양쪽에 특사를 파견했다. 같은 해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전쟁 발발 이후 첫 통화가 이뤄졌으며, 올해 7월엔 드미트로 쿨레바 당시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중국으로 초청, 협상 문제를 논의했다.

우크라이나도 중국의 외교적 개입 자체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시 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동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중국 주도 중재안에 우크라이나가 내걸고 있는 협상 전제 조건인 '영토 반환' 문제가 배제돼 있어 중국의 중재 시도는 외교적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지 더디플로맷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중국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돕는 결정적 조력자'라고 비판해왔다"며 "중국의 중재는 이 같은 서방의 압박 회피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방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중국이 중재 외교를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