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위협 1순위 대남 타깃은 해·공군기지... 한미 NCG 첫 모의연습

입력
2024.09.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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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NCG 모의연습 및 연합훈련, '서해5도' 분쟁 시작점
北, 핵사용보단 위협 우선할 것으로 봐…전략자산 겨냥
"北핵사용, 확장억제 실패 뜻해…개념·개념계획 수립 과제"

북한이 남측의 해군기지와 공군기지를 타깃으로 핵위협을 고조시키는 상황을 가정해 한미 양국이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초 실시한 제1차 '핵협의그룹(NCG) 모의연습(TTS)'에서다. NCG TTS는 북한의 단계별 핵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해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를 위한 정책을 조율하고 협의과정을 검증·점검하는 절차다. 유사시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추진잠수함과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될 군사기지가 북한이 핵으로 노리는 최우선 목표라고 본 셈이다.

26일 복수의 한미 군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5, 6일 워싱턴에서 진행한 TTS를 통해 북한의 핵위협 수준을 세분화하고 관련 시나리오에 따른 토의와 대응 시뮬레이션 훈련을 가졌다. 그간 한미는 핵보유 과시에서부터 고강도 사용(수도권 및 군 수뇌부 타격)에 이르기까지 40여 개의 시나리오를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통해 적합성을 검증한 건 처음이다.

TTS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북한군이 서해5도 일대에서 해안포 사격에 나서고, 동시에 미군의 한반도 증원을 차단하기 위해 경남지역 해군기지를 포함한 핵심 군사시설을 겨냥해 핵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양국이 대응 절차를 토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5도 공격은 새로울 게 없지만, 과연 북한이 핵으로 남한의 어느 곳을 먼저 겨냥할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이나 육해공 지휘부가 있는 계룡대, 아니면 서울을 비롯한 인구 밀집지역이 아니라 미군 증원전력이 투입되는 군사기지를 북한의 우선적인 표적으로 예상한 것이다.


다만 북한의 핵공격 상황이 아닌 '위험 확전(risk escalation) 위협'에 맞선 대응책을 협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 '핵공격'으로 사태가 확산한다면 대북 확장억제 자체가 실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누차 경고해온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온도 차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 해군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을 겨냥해 "핵무기 사용조건에 해당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위협 상황에서 전략폭격기 B-1B랜서 등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B-1B는 현재 핵무장은 못 하지만, 합동직격탄(JDAM)을 포함한 위력적인 재래식 폭탄으로 융단폭탄을 가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다.

한미 NCG는 지난해 4월 양국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 따라 7월 출범했다. 올해 6월까지 3차례 회의를 통해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수립했고, 이어 한미 정상의 승인을 거쳐 이번 TTS를 통해 실전 검증에 나섰다. 워싱턴 선언을 계기로 한미는 북한의 핵· 대량살상무기(WMD) 사용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의 핵을 포함한 한미동맹의 모든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담긴 '맞춤형 억제전략'(TDS)을 10년 만에 개정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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