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1996년부터 이어진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축제로 성장했다. ‘해운대(2009)’ ‘도둑들(2012)’ ‘변호인(2013)’ ‘국제시장(2014)’ ‘부산행(2016)’ ‘신과함께-죄와 벌(2017)’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가 부산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무비투어는 부산역에서 시작된다. 영화 ‘부산행’에서 상화(마동석), 석우(공유)가 좀비와 KTX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떠오른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에서 영호(강하늘)가 우산을 만든 공방 ‘이바구길사진관’을 지나면 차이나타운으로 이어진다. 중식당 ‘장성향’은 ‘올드보이(2003)’에서 오대수(최민식)가 오랜 감금 생활을 하며 먹었던 손바닥만큼 크고 속이 찬 군만두집으로 등장한다.
중앙동 40계단 테마거리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에서 비 내리는 어느 가을 날 장성민(안성기)이 마약상(송영창)을 살해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분위기를 더한다.
인근에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이 있다. ‘영화 역사의 거리’ ‘명작의 광장’을 둘러보고 영화제작 체험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 받아 주인공처럼 포스터를 촬영하고 스토리보드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한 후 크로마키 타임슬라이스 편집숍에서 예고편을 만든다. 핸드프린팅까지 마친 후 더빙룸에서 녹음 과정을 거치면 나만의 필름이 완성된다.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였던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부산항 개항, 광복과 산업화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보수동책방골목은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책을 내다 팔면 교수와 학생들이 사가는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더 킹(2017)’에서 박태수(조인성)가 2차 사법고시 합격자 명단을 확인한 장소다.
‘국제시장(2014)’은 피란민 윤덕수(황정민)가 고모 윤꽃분(라미란)의 잡화점 ‘꽃분이네’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곳이다. 윤덕수와 오영자(김윤진)가 서로 손을 잡은 채 초장동주택에서 부산남항을 바라보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인근에 천마산 하늘전망대와 부산항전망대가 있다.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은 ‘변호인(2013)’에서 송우석(송강호)이 박진우(임시완)의 집을 찾는 장면을 촬영했다. 하얀 담장 너머 푸른 바다가 그리스 산토리니를 닮았다.
남항대교, 부산항대교, 광안대교를 건널 때면 영화 속 명장면으로 빠져드는 듯하다. ‘퍼펙트맨(2019)’에서 강영기(조진웅)는 한장수(설경구)의 전동휠체어를 밀어 부산항대교를 오른다. ‘블랙팬서(2018)’에서 율리시스 클로는 광안대교에서 추격전을 벌였다.
영화도서관, 영화예술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영화의 전당’에서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황제를 위하여(2014)’에서 이환(이민기)은 한득(김종구)의 부하와 치열하게 싸우다 상하(박성웅)의 도움으로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요트를 타고 도망친다. 해상에서 광안대교와 광안리해수욕장 일대를 조망하는 부산 요트투어가 인기다. 마린시티의 ‘해운대 영화의거리’에는 산토리니 광장, 해운대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존, 애니메이션존, 천만관객 영화존 등이 조성돼 있다.
사계절 국민관광지 해운대해수욕장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해운대(2009)’에서 피서객으로 가득한 해변이 초대형 지진 해일로 쑥대밭으로 변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영화 명소는 해안을 따라 계속된다. ‘해운대’에서 선장 최만식(설경구)과 횟집을 운영하는 강연희(하지원)의 생활 터전은 해수욕장 동쪽 미포였다. 청사포건널목에선 ‘퍼펙트맨(2019)’에서 경쾌한 음악이 깔리며 주인공 한장수와 강영기가 나란히 등장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해변열차가 통과할 때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부산의 ‘핫플’이다.
대변항은 ‘친구(2001)’에서 동수(장동건)가 어린 시절 준석(유오성)과 물장구치며 놀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해산물모듬에 전복죽이 함께 나오는 ‘연화리 부산바다세트’를 맛볼 것을 권한다. 각양각색 해산물로 입 호강을 누리는 부산다운 음식이다.
부산무비투어의 백미는 야경이다. ‘감쪽같은 그녀(2019)’에서 말순(나문희), 공주(김수안)가 만드는 웃음과 감동의 생활 터전 감천문화마을은 고요하고 여유로운 밤의 감성이 매력이다.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조형물 주변으로 집집마다 불을 밝힌 밤풍경이 환상적이다. ‘황제를 위하여(2014)’는 부산의 마천루 마린시티 야경을 항공뷰로 멋지게 담아냈고, ‘퍼펙트맨(2019)’에서는 강영기와 한장수는 황령산 전망대에서 찬란한 야경을 만끽한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영화 속 부산 명소를 탐방하고 음식을 맛보는 ‘2024 영화 도시 부산 무비투어’를 11월까지 운영한다.
투어버스가 매주 금·토·일요일 부산역에서 출발한다. 금요일 C코스 무비나이트(오후 6시~10시 30분), 토요일 B코스 영화의 바다(오전 11시~오후 6시 30분), 일요일 레트로부산(오전 11시~오후 6시 30분) 코스로 운영되고 참가비는 50% 할인된 5만 원이다. 9월 30일까지 선착순 참가자 100명은 70% 할인된 3만 원에 즐길 수 있다. 비용에는 시네마투어버스 탑승료, 영화음식 체험료, 해설과 가이드, 사진 촬영과 인화(SNS참여 시)비, 기념품이 포함돼 있다. 신청 및 문의는 카카오톡채널 ‘영화도시 부산 무비투어(pf.kakao.com/_MxeQz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