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모자 트럼프에, 해리스가 부츠를 선택한 이유

입력
2024.09.25 19:00
25면

편집자주

패션 기획 Merchandizer이자 칼럼니스트 '미키 나영훈'이 제안하는 패션에 대한 에티켓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칼럼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모여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을 만드는데 좋을 팁을 편안하게 전해 드립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11월 5일 치러집니다.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을 반영하듯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45대 대통령을 지낸 도널드 트럼프, 현 조 바이든 대통령 뒤를 이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가 초박빙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천문학적 선거비용과 정교한 선거 전략이 펼쳐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패션'입니다. 어떤 옷을 어떤 방식으로 착용하느냐에 깊은 노림수가 존재합니다. 트럼프와 해리스의 패션에 담긴 놀라운 선거 전략을 소개합니다.

붉은 야구모자와 넥타이에 담긴 트럼프의 권력욕

트럼프는 늘 붉은 넥타이를 착용합니다. 미국에서 붉은색은 정열과 에너지, 그리고 애국심을 상징합니다. 붉은 넥타이에는 자신의 힘, 미국에 대한 애국심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려는 메시지가 담긴 셈입니다. 넥타이를 길게 착용하는데, 이는 존재감과 권위를 표현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트럼프는 네이비-블루 컬러 정장을 자주 입습니다. 네이비-블루는 미국을 대표하는 색깔인데 신뢰, 자신감, 안정성, 권위를 상징합니다. 성조기에도 ‘올드 글로리 블루’가 포함돼 있습니다. 넥타이와 정장을 조합하면, 트럼프는 성조기를 입고 다니는 셈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늘 포멀한 차림의 트럼프가 가끔 붉은색 야구 모자를 착용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ㆍMake America Great Again)’가 새겨진 모자는 지지자들에게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친근한 인물로 표현하려는 것입니다.


과감한 베이지색 정장과 팀버랜드 부츠

민주당 후보 해리스 부통령은 변호사 출신으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최초의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부통령입니다. 트럼프와 비교하면 인지도 면에서 훨씬 밀립니다. 그래서 패션 전략도 ‘새롭지만, 낮은 인지도’라는 양날의 검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데 모여집니다.

그 첫 사례가 베이지색 정장입니다. 해리스를 후보로 공식 지명한 민주당 전당대회에 베이지색 정장을 입었습니다. 트럼프가 성조기에 사용된 이른바 ‘애국 컬러’를 고집하는 것과 달리, 새로운 컬러를 채택한 것입니다. 베이지색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4년 ‘정장 논란’을 일으켰던 색깔이기도 합니다.

베이지 정장은 자신의 존재감을 빠르게 확신시키기 위한 전략입니다. 본격적인 대선 후보 활동의 시작점인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등장을 여러 매체와 대중에 알리기 위한 전략입니다. 전당대회 전에는 종종 ‘자주색 정장’ 혹은 ‘흰색 정장’을 입기도 했습니다. 자주색은 사회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메시지를, 흰색은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역사적 연장선상에 자신이 있음을 표현한 것으도로 풀이됩니다.

해리스의 신발도 주목을 받습니다. 공식석상에서 컨버스 스니커즈나 팀버랜드 부츠 등 친근한 아이템을 착용하는데,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포석입니다.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지역을 방문하며 팀버랜드 부츠를 신으면서 현장을 중시하는 실천적 리더라는 이미지를 노리기도 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 기간 트럼프와 해리스는 어떤 패션과 스타일을 선보일까요. 패션에 담긴 정치적 전략을 유추하면서 향후 대선 구도를 판단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나영훈 남성복 상품기획 MD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