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 공개한 北, 미 핵잠수함 기항에 발끈..."부산항 이상물체 포착"

입력
2024.09.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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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축 우라늄(HEU) 농축 시설을 공개한 북한이 최근 부산항 인근 부두에 핵잠수함이 출현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의 ‘부산항에 나타난 이상물체: 미국의 전략자산들은 조선반도지역에서 자기의 안식처를 찾지 못할 것이다’라는 담화에서 “국가수반 직속독립정보기관인 항공우주정찰소가 23일 부산항의 상시주목대상인 어느 한 부두에서 이상물체를 포착했다”며 “미 항공모함이 계류하던 부두에 핵잠수함이 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핵추진 잠수함 버몬트함 목격 시간대까지 언급한 김 부부장은 핵능력을 “한계 없이 강화”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2020년에 취역(새로 건조된 군함이 임무에 종사함)한 이래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본적이 거의 없는 이 최신 핵잠수함이 사상 처음으로 부산작전기지에 나타난 것을 결코 ‘유람 항행’으로 볼 수는 없다”며 “최근 미국이 자국이 보유한 핵전략자산들의 ‘위력’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전면적으로 힘을 과시하고 있는 맥락에서 볼 때 수면 아래 감춰져야 할 핵잠수함의 공개적인 기항에 내재된 진목적을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핵전략자산 공개를 명분 삼아 북한의 핵무장 당위성을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6월 미군이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지난 18일 공개한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시험비행 영상 등을 언급하며 “이번에 미 해군의 최신 핵잠수함까지 한국 부산항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내보임으로써 미국은 이른바 ‘3대 핵전략자산’을 모두 꺼내 든 셈”이라고 밝힌 뒤 “국가의 안전이 미국의 핵위협공갈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기에 외부로부터의 각이한(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고 견제하기 위한 우리의 핵전쟁억제력은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그리고 한계 없이 강화되여야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우라늄 농축 시설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핵시설을 노골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반도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기술력을 드러내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라며 “미국을 향해선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의 명분을 쌓기 위한 담화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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