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벌 기업 위주의 증시 구조로 인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평가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잭키 웡은 23일(현지시간) ‘한국은 일본의 시장 개혁을 카피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수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삼성, 현대 등 재벌의 힘이 주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웡은 한국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이후 삼성전자나 금융회사들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크게 늘린 점을 들어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본과 같은 지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근거는 재벌 위주의 증시 구조를 꼽았다. 그는 “재벌과 같은 거대 기업제국을 통제하는 가족들의 이해관계는 일반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재벌들은 상호출자 등 복잡한 기업 구조를 이용해 지배력을 유지해왔다"며 "이들은 한국 내에서 강력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어 일본과 달리 이 구조를 해체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국의 높은 상속세율 탓에 재벌들이 주가 부양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웡은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한국 정부의 새로운 압박이 일부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대기업들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