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숙소를 무단이탈한 가운데 정부가 나머지 인원의 체류기간을 최장 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내년 2월 시범사업 종료 후 고용이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잠적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고용 안정성을 높여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2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시범사업 참여 업체 '홈스토리생활'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가사관리사 직무 적응 및 이탈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한은숙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현재 7개월짜리인 E-9(비전문취업비자) 취업활동 기간을 3년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의 체류기간은 시범사업이 이뤄지는 7개월로 제한돼 있어 사업이 끝나는 대로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들의 취업활동 기간을 통상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수준인 3년으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이 끝나는 내년 2월 말 이후 고용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무단이탈을 불러왔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7개월간의 시범사업이 끝난 후에도 지금과 같은 '돌봄 서비스' 영역에 종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용부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본사업이 시작되면 동종업계에서 계속 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업종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탈 요인 중 하나로 추측되는 급여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현재 수준에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급여 문제로) 직장을 이탈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확인하기로는 그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가사관리사들이) 현지에서는 30만~4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 받는 월급은) 큰 금액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가사관리사는 수당을 본국에 송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가사관리사들에 대한 급여 지급 방식을 다양화해 현재 '월급제' 방식을 개별 요청이 있을 경우 '주급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주급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논의했지만, 오늘 참석한 (가사관리사) 분들은 월급제를 선호했다"며 "격주나 월급 등 개인별로 선호하는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긴 이동 시간과 오후 10시까지인 숙소 통금 등 근무 여건 개선도 검토할 계획이다. 많게는 3개 가정에서 근무하는 가사관리사들이 시간에 쫓겨 공원이나 지하철역에서 식사를 때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조안은 "오후 8시쯤 일을 끝내고 9시쯤 집에 오는데 밖에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며 "통금(통행금지)은 우리의 자유를 박탈해간다고 느낀다. 우리도 성인인데 최소한의 자유를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서울시와 고용부는 무단이탈한 가사관리사 2명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아직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은 추석 연휴인 1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