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 비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할지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선경(SK의 전신) 300억 원' 메모에 관한 고발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민종)에 배당했다. 고발장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 아들 재헌씨, 딸 노 관장은 물론 최 회장까지 비자금을 은닉한 혐의와 조세 포탈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검토한 뒤 직접 수사나 경찰 이송 또는 각하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고발 사건의 핵심에 놓인 '비자금 300억 원'의 존재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 항소심 과정에서 드러났다. 노 관장 측은 김옥숙 여사가 보관 중이던 메모를 근거로, 이 메모에 적힌 '선경 300억 원'이라는 문구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이 1991년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에게 300억 원을 금전적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돈은 SK 측의 증권사 인수나 주식 매입 등 종잣돈으로 쓰였고, 이는 곧 SK그룹의 성장에 노 관장 측이 기여했다는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이 최 전 회장에게 담보로 받았다고 주장하는 50억 원짜리 약속어음 6장도 증거로 제시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며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이 300억 원이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해당 자금은 과거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인정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는 별개로, 당시 추징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일단 검찰이 고발장 내용을 검토한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법조계에서는 해당 자금의 국고 환수나 수사는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가 한참 지난 데다 의혹의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이나 최 전 회장이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국고 환수를 위해서는 해당 금원이 범죄로 인한 수익이라는 점이 먼저 입증돼야 한다"며 "30년 이상 시간이 흘러 실체 규명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