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벤츠 주차하다 12중 추돌한 경비원 입건 안 돼…'급발진' 주장

입력
2024.09.24 19:30
70대 경비원 '대리 주차' 중 사고
경찰, 지난달 입건 전 조사 종결 
급발진 주장…제조사 상대 소송

아파트 입주민의 차량을 대신 주차하다 12중 추돌 사고를 낸 70대 경비원이 형사 입건을 피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경비원 안모(77)씨의 주차 중 추돌 사고에 대해 지난달 5일 입건 전 조사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안씨는 지난 4월 22일 오전 이중 주차된 입주민의 벤츠GLC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안씨는 주민들의 차량 열쇠를 보관하다 요청이 오면 차를 대신 빼주는 '대리 주차' 중이었다. A씨는 벤츠 차량을 후진하다가 7대, 이후 직진하다가 5대를 들이받았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추돌 사고가 발생했을 땐 일반적으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은 불특정 다수가 다니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데다, 형법상 재물손괴도 고의범만 처벌한다"며 "이 사고는 민사로 처리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급발진 주장…벤츠 본사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안씨와 그가 운전했던 벤츠 차주는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엔 제동등(브레이크등)이 들어왔는데도 차가 멈추지 않고 앞뒤로 돌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안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살살 운전하는 순간 차가 뒤로 가더니 '쾅쾅' 도망가듯이 여러 대를 들이받고 멈췄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안씨와 차주는 지난 5월 벤츠 독일 본사와 한국 현지 법인 벤츠코리아, 공식 판매대리점인 한성자동차 등을 상대로 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급발진 사고로 안씨가 10년 넘게 근무하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봤으니 배상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급발진이 인정되지 않으면 안씨는 사고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비슷한 대리 주차 사고로 경비원이 배상하게 된 판례도 있다. 2021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입주민의 외제차를 대신 빼주다 발생한 사고에 대해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경비원이 2,7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 용산구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 벌어진 대리 주차 사고와 관련해선 보험사가 경비원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경비원의 과실이 인정돼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다.




장수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