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금리 0.5%포인트 인하) 덕에 중국도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으로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은 24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만간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금융시장에 1조 위안(약 190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장 유동성을 보면서 올해 안으로 지준율을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지준율은 중국 시중은행이 의무적으로 인민은행에 맡겨둬야 하는 현금 비중을 뜻한다. 이를 인하하면 은행들이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을 풀 수 있어 유동성 공급 효과를 볼 수 있다. 인민은행은 2022년 4월과 12월, 2023년 3월과 9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지준율을 낮췄다. 이어 올해 2월에도 0.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이번 발표가 시행되면 중국 지준율은 종전 7%에서 6.5%로 낮아진다.
아울러 판 행장은 중국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도 현재 1.7%에서 1.5%로 인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는 0.3%포인트 낮아지고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0.2∼0.25%포인트 내려갈 것이라고 인민은행은 예상했다.
판 행장은 "최근 주요국의 통화 정책이 조정되면서 위안화 환율 하락 압력이 현저히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준은 지난 18일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했다. '미국의 돈 풀기'로 위안화 절하 압박이 약해졌고, 이로 인해 경기 부양책이 절실했던 중국도 통화 완화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중국 경기 위축세는 최근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49.1을 기록하는 등 4개월 연속 '경기 수축' 국면을 보였고, 8월 청년실업률(16~24세)도 18.8%로, 지난해 통계 산정 방식을 바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올해 5% 안팎의 경제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던 글로벌 투자기관들도 속속 4%로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지준율과 역레포 금리를 동시에 낮춘 것도 최근 10년간 없었던 이례적 조치"라며 "그만큼 현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