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은 INTP?"… 뜬금없는 '지역 MBTI' 발표에 '세금낭비' 논란

입력
2024.09.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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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건축공간연구원 '지역특성 MBTI' 발표
온라인서 "정교함 떨어지고 실효성 낮아" 지적 
전문가들 "MBTI 활용하되 분석 구체적이어야"

"농담이 아닌 정부 발표라는 게 황당하다." "엉뚱한 곳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행정안전부와 국무조정실 산하 건축공간연구원이 인구감소지역 89곳을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지역특성 MBTI' 분석 결과를 발표하자 황당하다는 반응이 적잖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한 성격유형검사 'MBTI(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를 본떠 만든 건데 정밀도가 떨어지고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24일 해당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건축공간연구원은 전국 인구감소지역 일반주민 및 공무원 6,874명을 대상으로 '현재 지역에 대한 인식'과 '희망하는 지역의 미래상'을 조사한 뒤 지역특성 MBTI를 정했다. 그 결과 인구감소지역 과반은 '현재 지역에 대한 인식' 부문에서 INTP(57.3%, 51곳)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MBTI 검사에서 'INTP'는 △내향적이고(I) △직관적이며(N) △이성적이고(T)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P) 특성을 의미하는데 지역특성 MBTI에선 △안정적 거주환경을 중심으로 이웃 간 친밀성이 높고(I) △우수한 자연자산과 전통유산을 보유해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며(N) △전통가치를 중시하고(T) △특정 시기 지역행사를 통해 방문객이 집중되는 특징을 지닌다(P)는 뜻이다.

사업에는 연구원 자체 예산 1억 원이 투입됐다. 지표 개발에 6,000만 원, 올해 4~8월 설문조사 시행 및 결과 분석에 4,000만 원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구, 입지, 지역 가치, 특수성 등 네 가지 영역을 종합해 지역의 정체성을 16개 유형으로 분류하는 지표"라며 "각 지역의 현안과 강점, 잠재력 등을 파악해 지역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답변 예측 가능한 지표, 표본도 부족

그러나 정부 정책치고 허술한 측면이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재미 삼아 한 거라고 넘기기엔 사실상 국가 예산이 투입된 셈이라 세금 낭비란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힘들다.

연구의 주요 기반이 된 설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인구감소지역이라면 대부분이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문항들로 이뤄졌다. 지역 활성화 요소에 대한 중요도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통근, 휴양, 업무 등 외부에서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지역이 돼야 한다 △지역의 자연환경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유산을 통해 지역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항목이 설정된 게 대표적이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표본이 50명도 채 안 되는 지역도 많았다. 89곳 중 응답 표본 수가 50명 이하에 해당하는 지역이 37곳(41.6%)인 반면 100명 이상인 지역은 22곳에 불과했다.


"분석 지표 구체화 및 빅데이터 활용해야"

행안부나 건축공간연구원처럼 지자체들도 최근 앞다퉈 MBTI를 차용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 홈페이지 공개정보목록을 보면, 광역·기초자치단체 결재 문서 중 'MBTI'가 포함된 문서는 지난해 649건에 달했다. 4년 전인 2020년(141건)과 비교했을 때 약 4.6배 늘었다.

MBTI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그저 흉내 내기에만 그칠 게 아니라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역 MBTI의 경우 입지, 자연·문화유산 등 몇 가지 특성만을 근거로 지역적 특색을 이야기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면서 "맞춤형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분석 지표들을 아주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들이 희망하는 발전의 방향성을 파악하는 데에는 차라리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편이 효과성이나 비용 측면에서 나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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