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디올' 가방을 선물한 최재영 목사가 자신을 처벌해 달라며 소집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불참했다. "나를 벌해달라"던 최 목사 대신 그의 법률대리인만 수심위에 출석해 기소를 주장했다. 검찰 수사팀은 최 목사의 행위가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심위는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 사건에 대한 현안위원회를 열었다. 앞서 최 목사는 자신이 김 여사에게 선물을 건넨 배경에 청탁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한다며 수심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 위원들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가 수심위 부의를 의결했다.
수심위가 열리기 전 최 목사는 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안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위원들의 질문에 자동반사적으로 변명하거나 내 죄를 방어할 염려가 있고, 제한시간 내에 전문 지식 없는 제가 (검찰 수사팀 입장에 기반한 지적을) 방어하기 역부족"이라면서 "저는 참석을 안 하고 대리인인 류재율 변호사가 전권을 위임받아 들어간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검사는 무죄를, 피의자는 유죄를 주장하는 희한한 상황"이라며 "증거와 법리에 바탕해 청탁이 있었고 직무 관련성이 있었다는 점을 잘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변호사는 최 목사 대신 회의에 참석해 약 30분간 최 목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위원들 질의에 답했다. △샤넬 향수 및 화장품 세트 △양주 및 전통주 △명품가방 선물이 2022년 6월 20일부터 9월 13일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졌고, 이 기간 전후로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현안 관련 민원 메시지 내역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수 등 선물 직후 김 여사의 미국 민간외교사절단 행사 참여 요청 및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국정자문위원 임명 요청 등이 있었고, 명품가방 선물 이후에도 김 전 하원의원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 민원이 전달된 만큼, 김 여사도 가방 선물이 배우자인 윤 대통령 직무 관련 청탁이라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논리다. 이들은 회의 전 "그간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추가 증거들을 준비했다"면서도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최 목사의 주거침입, 명예훼손,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를 주장했다.
검찰 수사팀은 최 목사의 선물과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없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방 등 선물이 '감사 표시' 혹은 '접견 수단'에 그쳤다는 주장이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 수사팀이 최 목사에 대한 수심위 결론과 무관하게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이 아니다'라는 기존 결론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기소 여부를 안건으로 하는 수심위는 6일 참석 위원 14명 만장일치로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당시 최 목사 측에 대해선 회의 참석이 허락되지 않아 불기소 의견을 주장하는 검찰 및 김 여사 측만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