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민주주의는 '돌봄'의 가치를 중심으로 재편된 민주주의를 말한다. 우리 사회의 취약성 해소를 위해 상호 의존성에 관심을 두는 한편 돌봄의 책임이 사회구성원 모두에 공유돼야 함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최근 돌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면서 이 개념이 주목받고 있는데, 돌봄을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또 이것을 분담할 수 있는 사회여야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현대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데, 질병이 있는 가족 구성원을 돌보거나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청소년들이 그중 하나다. 가족 돌봄 청소년은 언론을 통해 그 실태가 알려지면서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 돌봄 청소년은 약 1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과도한 돌봄 부담으로 인해 일반 청년 대비 우울감이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가족 돌봄 청년 지원을 청년 복지 5대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복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전담 기관인 청년미래센터를 개소해 지원하고 있다. 월드비전도 이들에 대한 조기 발굴 및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선도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가족 돌봄 청소년의 존재를 대중에 알리고 함께 발굴을 요청하고자 온라인 인식 증진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당 캠페인을 통해 현재까지 약 2,000명의 가족 돌봄 청소년을 발굴하고 지원했으며, 집중 지원이 필요한 경우 맞춤형 통합지원 서비스(생계·의료·꿈 영역 내 최대 300만 원 지원)로 연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내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지닌 기업, 소셜 벤처들도 참여한다. 가족 돌봄 청소년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가족 돌봄 청소년은 존재가 가시화되지 않은 '숨겨진 집단'(hidden army)이다. 이들을 파악하려면 여전히 더 많은 '사회적 눈'이 필요하다.
사회적 눈은 돌봄이 필요한 타인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또 이에 응답하는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돌봄 민주주의 시민상의 첫 출발점이다. 이러한 돌봄 민주주의의 시민의식이 확산될 때 더 많은 가족 돌봄 청소년을 발굴할 수 있고 이들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돌봄의 수혜자가 될 수 있고 돌봄의 제공자가 될 수 있다.
돌봄이 우리 삶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예외가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가족 돌봄 청소년의 현실을 바라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미래를 함께 지지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