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로 23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 화성시의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와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전담수사팀(2차장 안병수)은 24일 박 대표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파견법 위반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박 총괄본부장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와 함께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아리셀 등 4개 법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각 불구속기소 했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쯤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 관련, 사전에 유해·위험요인을 점검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어긴 혐의를 받는다. 박 총괄본부장 등은 불이 시작된 배터리 전지 보관 및 관리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안전교육·소방훈련 미실시) 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대형 인명 사고를 야기한 혐의를 받는다.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 등은 또 2021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허가 파견업체 소속 근로자 320명을 아리셀 직접생산 공정에 허가 없이 불법 파견 받아 일을 시킨 혐의도 더해졌다.
검찰은 이번 화재의 원인을 아리셀 측의 무리한 생산공정 강행으로 봤다. 2020년 5월 사업 시작 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인건비가 싸고 기술력이 없는 노동력만을 투입해 무리하게 생산을 밀어붙이면서 안전관리 등은 소홀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실제 아리셀은 안전·보건 예산은 최소한으로 편성·집행했고, 안전보건 관리자 퇴사 후에도 약 4개월간 공석으로 방치했다. 불법 파견업체로부터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다수 제공받아 고위험 전지 생산 공정에 안전교육 없이 즉시 투입하는 등 파견법도 위반했다. 화재로 숨진 23명 중 20명이 파견근로자였고, 사망자 대부분이 입사 3∼8개월 만에 사고를 당했다.
인명피해가 커졌던 이유도 드러났다. 검찰은 박 총괄본부장 등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노동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까지 채웠다. 이런 구조 탓에 화재 당시 대피가 늦어져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를 커졌다. 화재 원인은 전지 단락으로 인한 연쇄 폭발로 파악됐으나, 최초 폭발한 전지가 불에 다 타 단락이 발생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화재와 별개의 혐의도 드러났다. 박 총괄본부장은 방위사업청과 전지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전지 성능이 미달하자 시료 전지 바꿔치기, 데이터 조작 등의 위법한 방법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사기 혐의를 추가로 수사 중이다.
황우진 수원지검 공보관(부장검사)는 “과도한 이윤을 추구한 끝에 벌이진 최악의 참사였다”고 밝혔다.